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본격 추진할 예정인 가운데, 그간 정부가 진행했던 연구개발(R&D) 사업이 유사·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올바르지 않은 구조라는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정부의 R&D 사업을 주관하는 부처들이 일원화되지 않은데다가 특화된 사업과 영역을 주도하는 연구기관도 마땅치 않아 연구자들의 활동과 R&D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최근 발간한 ‘정부 R&D 예산시스템 진단: 사업구조의 적정성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부 R&D 예산의 배분 구조를 평가한 결과 목적 적합성과 타당성에 있어 올바르지 못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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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I는 2016년을 기준으로 수행된 552개 정부 R&D 사업 중에서 480개 일반연구개발사업을 대상으로 사업구조의 타당성과 목적 적합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R&D 사업들의 집중도 측면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교육부 등 이른바 종합 지원 부처의 유사도가 타 고유사업 부처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인 480개 사업 중에서 최소 368개 이상의 R&D 사업에서 유사성이 높은 동일 부처 혹은 타 부처 R&D 분야가 발견된 것이다.
아울러 정부 R&D 사업들의 연관구조가 혼란스러워 기술분야간 맥락성이 모호한 사례들도 발견됐다. 특히 대부분의 정부 추진 R&D 기술군에서 과기정통부와 산업부의 R&D 사업이 대부분 포함된 것으로도 나타났다.
안두현 STEPI 연구원은 “두 부처 R&D 사업들의 수가 많고 예산 규모도 크기 때문일 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현상은 두 부처의 R&D 사업들이 타 부처 사업들과 기술적 측면에서 다소 중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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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STEPI는 “적정한 구조를 갖춘 R&D 사업들은 일부에 불과하고 대다수 사업들이 다양한 산업들 또는 기술분야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포괄적인 ‘정책 지향적’ 사업들”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정부 R&D 사업의 구조적 특성이 연구자들의 연구활동과 R&D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STEPI는 정부 R&D 예산 구조에서 부처별 역할 구분 기준을 ‘산업’ 또는 ‘기술분야’ 기준으로 바꿀 필요도 있다고도 제언했다. 예를 들어 과기부와 산업부 등도 기초 기술개발이나 응용기술 개발 등의 기준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같은 특정 산업 또는 특정 기술분야별로 각각 주관부처를 결정함으로써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안두현 연구원은 “기초연구, 국제화, 인력양성 등 특정 정책지향적 사업들을 개별 사업들로 설치 운영하기보단 유형별 공통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다른 일반 R&D 사업에 포함시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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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