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일본 도쿄 나카노(中野)구 문화센터 ‘나카노 제로’의 지하 2층 전시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 장의 흑백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밝은 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걷고 있는 고 송신도 할머니(2017년 12월 별세)의 26년 전 모습이다. 1993년 그는 일본 내 재일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본군위안부 피해에 대한 법적 투쟁을 시작하던 시절의 모습이다.
송 할머니 별세 후 1년 7개월 만에 일본에서 열리는 추모 사진전 ‘이웃집 송 할머니’에서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10년간 사죄와 배상을 요구해 온 ‘투쟁 역사’와 별세 전 마지막 모습 등이 담긴 사진 80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20, 30대 일본인과 재일한국인 청년 13명이 기획했다.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이시다 료타 씨(20)와 재일한국인 3세 정우희 씨(25)는 일부 사진이 촬영될 때 태어나지도 않았다. 이시다 씨는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 정치 문제라고 생각했고 일본의 가해 역사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본 20대 유권자의 70%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빠르게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의 젊은층에 대해 이시다 씨는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가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과거사에 어떤 영향을 초래하는지 모르는 것이 매우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전시회 관람객 중에도 젊은층이 눈에 띄었다. 프리랜서 이토 료타 씨(33)는 “위안부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할머니의 모습에서 오히려 내가 격려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강화 등 ‘경제 보복’ 조치를 강행한 아베 총리에 대해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반한(反韓) 감정으로 표를 얻으려는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며 “양국의 미래를 생각지 않은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