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스포츠동아DB
또 한 명의 유럽파가 탄생한다. 황의조(27)가 그 주인공이다.
프랑스 1부 리그 보르도 구단은 14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감바 오사카(일본)와 황의조의 이적에 원칙적으로 합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황의조는 조만간 프랑스로 건너가 메디컬 테스트와 함께 최종 사인을 할 예정이다.
이적료는 바이아웃인 200만 유로(약 26억5000만원)이고, 실질 연봉은 일본에서 받는 120만 달러(세후)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2017년 7월 성남FC에서 감바로 이적한 그는 2년 만에 더 큰 무대를 밟게 됐다. 에이전트 이영중 이반스포츠 사장은 “본인의 유럽진출 의지가 워낙 강했다”고 했다.
의지가 더욱 강렬해진 건 지난해 아시안게임과 올해 아시안컵을 통해서다. EPL 정상급 공격수인 동갑내기 손흥민(토트넘)이 자극제가 됐다. 이 사장은 “손흥민과 같이 국가대표팀에서 뛴 게 큰 동기부여가 됐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과 목표 의식 때문에 중동이나 미국, 아시아권에서 온 수 많은 제안들을 단박에 거절할 수 있었다.
파울루 소사 보르도 감독의 구애는 이적에 큰 도움이 됐다. 사실 2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유럽 진출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200만 유로의 바이아웃은 큰 걸림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사 감독의 적극성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다.
지난 시즌 경기당 한골도 되지 않는 공격력(38경기 34골)으로 리그 14위에 머문 보르도는 확실한 스트라이커가 필요했다. 중국 슈퍼리그 톈진 취안젠 사령탑(2017.11~2018.10)을 지낸 소사 감독은 당시 권경원(전북)이 그 팀에서 뛰어 한국선수 스타일을 경험했다. 프랑스 디종에서 뛴 권창훈(프라이부르크)을 통해 한국선수의 기량과 성실성도 확인했다. 게다가 포르투갈 출신으로 파울루 벤투 한국대표팀 감독과도 친분이 깊다. 결국 황의조에 대한 정보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장은 “보르도는 미국 투어를 떠났는데, 감독이 황의조를 빨리 보내달라고 재촉한다. 메디컬 등 절차가 남아 있지만 걱정 말고 보내라고 한다”면서 “다른 건 몰라도 감독이 좋아하니 다행”이라고 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에이전트 역할이 컸다. 이 사장에 따르면, 보르도는 본전을 먼저 생각했다. 황의조 나이를 감안하면 이적시킬 때 제값을 못 받을 수도 있다. 그 때 이 사장이 “빅 리그로 가지 못하면 투자비용을 만회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했다. 중동이나 중국 등으로 이적해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런 약속이 구단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이 사장은 덧붙였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