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의 사회학/최종렬 지음/476쪽·2만4000원·오월의봄
뒤르켐에 따르면 사람들은 일상을 살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같이 모여 집합적인 의례, 즉 사회적 공연을 행함으로써 상황을 해소한다. 현대사회에서도 그 의미는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가 고도로 분화될수록 ‘사회적 공연’의 상징은 더욱 중요해진다.
개인이 그렇듯이 사회도 자아가 있다. 사회를 위기에 빠뜨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사회의 자아는 스스로 가치론적 질문을 던지게 된다. 평소에 하지 않았던 ‘의미화(化) 실천’이 폭발하며 사회적 공연이 펼쳐지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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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촛불집회는 민주주의 담론과 유교주의 담론이 함께 펼친 사회적 공연이었다고 책은 설명한다. 때로는 두 담론이 서로를 강화하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 민주주의 담론은 유교주의의 대동(大同)사회 이상을 더욱 민주적으로 만들고 유교주의 담론은 한국 민주주의를 대동사회적 이상에 근접하게 만든다.
이주여성 이자스민은 ‘멜로드라마 장르적인’ 사회적 공연을 통해 한국 시민사회에 진입했다. 그는 공동체 보존이라는 전통적인 코드를 가지며 그에게 최고의 공동체는 가족이 된다. 한국 시민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자질을 ‘비시민사회적’ 속성으로 증명해야 했던 셈이다.
“한국사회 공적 상징체계의 모습은 추레하고 비루해서 깜짝 놀랄 수도 있다. 하지만 쉽게 좌절하거나 냉소에 빠질 필요는 없다. 사회적 공연을 거듭하다 보면 타자를 끌어안을 더 보편적인 대본이 다듬어지고 배우와 관객도 한층 성숙해지기 마련이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