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pixabay
광고 로드중
하늘이시여!/ 내 님과 사랑을 맺어/ 오래오래 끊어지지 않으리라.
산줄기가 없어지고/ 강물이 다 마르고/ 겨울에 천둥이 쾅쾅거리고/ 여름날 눈보라가 치고/저 하늘과 땅이 합쳐진다면/ 그때는 기꺼이 님과 헤어지리다.
(上邪! 我欲與君相知, 長命無絶衰. 山無陵, 江水爲竭, 冬雷震震, 夏雨雪, 天地合, 乃敢與君絶.)
상야! 아욕여군상지, 장명무절쇠. 산무릉, 강수위갈, 동뢰진진, 하우설, 천지합, 내감여군절.
광고 로드중
거침없는 사랑 고백이다. 화자는 도무지 실현 불가능한 이런저런 자연현상을 들어 마음을 토로하는데, 그 절정은 ‘저 하늘과 땅이 합쳐진다면 그때 기꺼이 님과 헤어지겠다’는 언약이다. 고대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라 할 만하다. 첫 구에서 ‘하늘이시여’라고 했으니 스스로 사랑을 다짐하는 독백 같기도 하고, 눈앞의 상대에게 하소연처럼 대담하게 고백하는 장면인 듯도 하다. 화자의 성별은 알 수 없지만 남녀 불문하고 봉건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화법은 아니다. 당당하고 솔직하다 못해 격렬하기까지 한 이 자신감은 현대적 감각이나 셈법으로도 제법 낯설게 느껴진다. 기실 이런 자유분방함은 민요의 발상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것은 한시의 말본새가 우아하고 점잖기만 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사대부 문인들은 노심초사 어휘를 고르고 가다듬기를 반복하고, 행여 정해진 격식을 벗어나지 않을까를 경계했지만 민가는 달랐다. 억압과 굴레에 저항했고 관습이나 편견에 망설임 없이 도전했다. 그 에너지는 바로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와 같은 내면의 원형적 갈구로부터 분출되었다.
한시는 좁게는 ‘한대에 창작된 시’로만 한정하기도 하지만 당시 한국 한시처럼 시대나 지역을 막론하고 ‘한자로 표기된 모든 고전시’를 일컫기도 한다. 이 시는 1구의 자수가 들쑥날쑥 자유롭다. 그것은 한대에는 아직 5·7언 근체시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고 또 민가인 만큼 발상과 기세가 더 자연스러웠다는 증거다.
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