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첫 준우승 이끈 정정용 감독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사상 첫 준우승을 이끈 정정용 감독이 19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 인터뷰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리 준비해놓은 대회 공인구를 들어달라는 요청에 그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활짝 웃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어린이날이었던 지난달 5일. 어린 선수들과 함께 폴란드행 비행기를 탔던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지훈련을 포함해 44일 만에 귀국한 정정용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50)은 어느새 ‘유명인’이 돼 있었다. 19일 동아일보·채널A 인터뷰에서 만난 정 감독은 폴란드에서보다 핼쑥해 보였다.
“귀국한 17일부터 계속 행사네요. 어제 잠깐 대구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낸 뒤 오늘 새벽에 또 올라왔어요. 시차 탓인지 1시간밖에 못 잤고…. 그래도 잘해서 바쁜 거니 좋은 거죠.”
인터뷰 도중 채널A 스태프가 ‘체리 주스’를 권했다. 오성환 피지컬 코치가 ‘뒷얘기’로 밝히면서 유명해진 체리 주스는 4월 말 대표팀이 처음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됐을 때부터 ‘근육 손상을 막아준다’는 이유로 제공했던 음료다. “목이 말랐는데 감사합니다”라며 체리 주스를 한 모금 마신 정 감독이 “맛있는데 이건 아니네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윽고 “성분이 달라요. 편의점에서 사온 거 아닌가요?”라며 웃었다.
정 감독이 지난해 활용했던 전술 노트. 포메이션에 따른 전술 등이 상세히 적혀 있는 이것을 선수들은 ‘마법의 노트’라고 불렀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정 감독은 실업축구 이랜드 푸마의 창단 멤버로 참가해 6년을 뛰었다. 28세의 이른 나이에 부상으로 은퇴했지만 실업 선수 시절부터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을 정도로 학구파였다. 은퇴 후에는 한양대 대학원에서 스포츠생리학 박사 과정을 이수했다. ‘성분이 다르다’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도 그래서였다.
“지도자를 생각하고 공부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선수로서’ 궁금한 것을 알고 싶었던 거죠. 사실 저희 때만 해도 그냥 ‘열심히 해라’ ‘많이 뛰어야 체력이 좋아진다’ 이랬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강인이에게 농담 삼아 ‘2년 뒤에는 네가 주장하면서 우승까지 해 보라’고 한 적은 있어요. 하지만 장담 못 해요. 이미 성인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던 선수인 데다 그때는 어느 팀에서 뛸지도 모르는 거고….”
폴란드에서 만난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 쌤(정 감독)이 너무 잘해 주신다. 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뛰고 싶다”면서도 어려워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자식뻘 선수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교감했는지 물었다.
“충분히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눈높이’를 맞춰 ‘눈높이 교육’을 해야 돼요. ‘우리 때는 말이야…’ 이런 말은 요즘 세대에게는 안 통하니까요.”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