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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메이 떠나는 날…‘브렉시트’에 웃고 울던 3년의 순간들

입력 | 2019-06-07 17:13:00

춤사위로 환호와 갈채 받기도
'노비촉 사건' 강경 대처로 국제적 호응
브렉시트 승인투표서 '기록적인 패배'




 7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사퇴한다. BBC는 어설프지만 즐겁게 춤을 추던 순간부터 눈물의 사퇴 연설까지 지난 3년의 집권 동안 메이 총리가 선보였던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총망라했다.

메이 총리는 누구보다 즐겁게 춤을 추는 총리였다. 지난 10월 열린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그는 아바(ABBA)의 ‘댄싱퀸’에 맞춰 몸을 흔들며 등장했다. 어설픈 그의 몸짓에 객석에서는 환호와 웃음이 터져나왔다.

앞서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노래와 춤으로 자신을 환영하자 이에 춤으로 화답한 영상이 공개되며 인터넷을 달군 직후였다. 며칠 후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UN 사무실에서도 메이 총리는 직원들의 춤을 어정쩡한 자세로 따라하며 화제가 됐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에서의 ‘댄싱퀸’ 퍼포먼스는 메이 총리가 자신을 희화화하는 여유를 드러내며 자신감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됐다.

BBC는 총리로써 메이의 특이한 점으로 ‘춤’을 꼽으며 “그의 댄스 열정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지만 자신은 충분히 즐기려고 했다”고 기록했다.

메이 총리 재임 기간 동안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누가 뭐래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였다. 메이를 총리 직에 올린 것도 브렉시트, 그를 끌어내린 것도 브렉시트였다.

그가 했던 연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결국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다(Brexit means Brexit)”는 2016년의 단호한 한 문장이라고 BBC는 보도했다.

이 문장이 정확하게 무슨 뜻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2016년 EU 탈퇴를 결정한 국민의 뜻을 정부는 지키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현지 언론은 이후에도 여러차례 재인용했다.

“불의를 불태운다(Burning injustices)”는 문장도 메이 총리가 만들어낸 유행어였다.

2016년 총리로 취임하며 그는 불의를 불태우는 사람이 되겠다고 국민과 약속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그들을 위해 한 번 더 살피는 총리가 되겠다는 뜻이다.

메이 총리는 지난달 퇴임사에서도 같은 문장을 다시 한 번 언급하며 자신이 추구하고자 했던 정치를 이야기했다.


2017년 영국 총선 때도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생겨났다.

영국 ITV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한 일 중 가장 나쁜 일이 무엇이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메이 총리는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밀밭 사이를 뛰어다녔다. 농부들은 이를 정말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밀밭’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갖가지 문장이 등장하며 하나의 유흥거리가 됐다.

남편과 같이 등장한 TV쇼에서도 메이 총리는 큰 점수를 얻지 못했다.

메이 총리는 남편과의 가정 생활에 대한 질문에 “우리 부부는 남자의 일과 여자의 일(boy jobs and girl jobs)을 논의했다”고 답하며 여자가 앉을 수 있도록 빈의자를 먼저 꺼내주는 일을 ‘남자의 일’의 예라고 설명했다.

이 발언에 대해 ‘구시대적’ ‘성차별적’이라는 비난이 줄을 이었다. 일부 여성 의원들은 “정말 절망했다”며 강한 비판을 하기도 했다.

‘솔즈베리 중독’ 사건에 대한 메이 총리의 대처는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그의 업적이라고 BBC는 전했다.

2018년 3월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근처에서 러시아 이중스파이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야가 독극물 ‘노비촉’에 중독돼 쓰러진 채 발견됐다.

영국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메이 총리에 주목하던 당시 그는 런던 주재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는 등 러시아에 강경하게 대응하며 국제적인 지지를 얻었다. 또 직접 솔즈베리로 찾아가 주민들과 노비촉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익히는 모습도 보였다.


여성 리더로서 메이 총리를 칭하는 별명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빌어먹을 어려운 여자(bloody difficult woman)”다. 이는 2016년 보수당 대표 경선 당시 맞수였던 싸우던 케네스 클라크 의원이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를 지칭하며 나온 말이다.

메이 총리는 불쾌해하기는 커녕 당선 이후 이 표현을 차용해 자신을 묘사하곤 했다.

2017년 5월에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나는 빌어먹을 어려운 여자가 될 것”이라며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융커 위원장이 메이 총리를 칭하는 단어는 안타깝게도 ‘흐리멍텅(nebulous)’이었다.

본래 브렉시트 날짜(3월29일)를 3개월 앞두고 있던 작년 12월, 메이 총리는 EU 고위 관계자들과 거의 매주 만나며 협상을 벌였다.

융커 위원장은 “브렉시트에 대한 메이 총리의 입장은 흐리멍텅하고 부정확하다”고 비난하며 영국 정계를 흔들었다. 후에 융커 위원장은 “브렉시트를 놓고 벌이는 영국 의원들의 태도를 말한 것이지 메이 총리를 말한 것은 아니다”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브렉시트로 인한 ‘기록적인 패배’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1월15일 메이 총리는 역대 어느 총리도 겪어본 적 없던 패배를 기록했다. 브렉시트 승인투표에서 찬성 202표 대 반대 432표, 총 230표차이로 안건이 부결된 것이다.

당시 투표에서는 같은 당인 보수당 의원 118명이 그에게 등을 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인 16일에는 야당인 노동당이 제출해 영국 하원에서 진행된 메이 총리의 불신임안이 19표(찬성 306표, 반대 325표)로 아슬아슬하게 부결됐다.

이에 영국 인디펜던트는 메이 총리를 핵전쟁 이후 찾아오는 핵겨울에도 생존한다는 ‘바퀴벌레’라고 부르며 “파괴불능(indestructible)”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당찬 모습으로 다우닝 10번가 총리 관저로 입성했던 그는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5월24일 결국 퇴임을 발표했다.

그의 마지막은 눈물과 함께였다.

메이 총리는 사임 발표를 하며 “브렉시트를 성사시킬 수 없었던 것은 깊은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사랑하는 나라를 위해서 봉사할 기회를 가졌다는 데 무한히 감사한다”고 말하는 순간 그의 목소리는 울음에 잠겨 갈라졌다.

한편 메이 총리는 6월7일 이후에도 후임 보수당 대표가 선출돼 취임할 때까지 임시로 총리직을 유지한다. 스카이뉴스는 메이 총리가 7월23일께 여왕을 만나 사임을 말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