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과 한미안보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제34회 국제안보컨퍼런스가 열렸다. ‘남·북한: 경제적 화해(North and South Korea: Economic Reconciliation)’ 주제로 열린 첫 세션에 참여한 한미 전문가들은 대북제재와 인권 그리고 경제발전의 밀접한 상관관계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패널들은 대북 제재 유지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2018년 이후 급변한 북미 관계 또한 제재의 영향이 주요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데 동의했다. 북한 인권 개선은 곧 생산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북한이 향후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유입되고 국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투명한 데이터 제공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현 대북 제재는 최강 수준이지만 제3국 국적의 제재 우회 책임자들까지 적극 단속해야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회담 복귀 위한 제재 유지 필수”
브루스 벡톨 텍사스주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북한을 돕는 제3국의 대북 제재 우회 책임자들에 대한 제재가 핵심이다”며 “대만 모잠비크 등 다른 나라 국적의 제재 우회 또는 위반 동조자들이 실제 자금줄을 쥐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책임을 물지 않는 한 제재는 그냥 종이조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가장 강도 높은 제제와 대북 협상을 동시에 진행한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지만 당장 추가 제재할 수 있는 은행만도 여전히 12 여 곳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1990년 대 나이키사가 남긴 교훈”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1990년대 필리핀공장을 둔 나이키사가 열악한 현지 노동환경으로 국제적 인권 유린 비판에 직면했던 사례를 들었다. 당시 인권 문제 제기는 곧 나이키사의 생산과 노동 환경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것. 스탠가론 국장은 “북한 역시 열악한 인권 실상에 대한 문제제기가 경제 및 투자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북한 경제개발을 위해서도 투명성과 국제규격에 맞는 경제 데이터 제공 또한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실업률 등과 같은 데이터가 있어야 북한도 세계은행 등을 통한 개발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서 “향후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가입하지 않으면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이 어렵고 이 경우 북한 상품들은 대미 수출시 가장 높은 관세 적용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 “의회 역할 간과 말아야”
카일 페리어 KEI 국장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 의회가 연속적인 제재 강화 및 대북 인권 법안을 내놨다는 점은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가 결코 일치된 관련 입장을 갖고 있지 않음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남북 경제 협력이 궁극적으로 북한 인권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미 의회에도) 꾸준히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재 보다 중요한 당면 과제는 따로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일화 한미안보연구회 이사는 “관련국들의 협력을 통한 효율적 제재에는 찬성한다”면서도 “북한의 현 (세습) 정권 하의 한반도 통일 추구는 여전한 이데올로기인 만큼 이에 대한 변화가 (제재 보다) 더 핵심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