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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마스크’의 마법… 영화같이 세진 남자

입력 | 2019-05-30 03:00:00

NC 베탄코트 백조로 대변신




포수 마스크를 매만지고 있는 NC 외국인 크리스티안 베탄코트. 그는 최근 양의지 대신 자신의 주 포지션인 포수를 맡아 안정감 있는 모습을 선보이며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동아일보DB

“앞으로 제가 지명타자로 많이 나갈 것 같은데요(웃음).”

NC 안방마님 양의지(32)는 최근 자기 대신 포수 마스크를 쓴 베탄코트(28)의 경기를 본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NC 안방을 책임지면서도 4번 타자로 주로 나서 0.381의 맹타를 휘두른 양의지는 최근 체력 부담, 무릎 부상 등이 겹치며 지명타자로 나서거나 아예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일이 잦았다.

양의지 대신 15일부터 포수 마스크를 쓴 베탄코트가 안정감 있게 포수 양의지의 공백을 메웠다. 베탄코트가 포수로 출전한 8경기에서 NC는 5승 3패로 선전했다.

지난주 6경기 중 5경기에서 포수로 출전하며 베탄코트는 2014년 당시 넥센에서 활약한 로티노(52이닝)를 넘어 역대 KBO리그 외국인 중 포수로 가장 많이 뛴(71이닝)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이동욱 NC 감독이 그를 포수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쳐 앞으로 포수 베탄코트를 볼 일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포수 출전’은 베탄코트에게도 좋은 자극이 됐다. 올해 개장한 창원NC파크 정규시즌 첫 홈런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시즌을 시작한 베탄코트는 이후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미운 오리가 됐다. 포수 외에 1루, 외야 수비도 가능해 KBO리그에서 주로 우익수, 1루수로 나섰지만 외야에서 실책 5개(15경기), 1루에서 실책 3개(16경기)를 기록하며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 기간 타율도 0.264로 부진해 이미 ‘시즌 1호 퇴출’의 불명예를 안은 해즐베이커(32·전 KIA) 등과 함께 퇴출 후보로도 거론됐다.

하지만 주 포지션인 포수로 나서며 베탄코트는 180도 달라졌다. 포수 마스크를 쓴 뒤 실책은 1개에 불과했고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투수들과도 좋은 호흡을 선보였다. 공격력도 덩달아 살아나 포수로 나선 8경기서 ‘3할’ 방망이를 휘둘렀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던 포지션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며 서서히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베탄코트가 투수에게 직접 사인을 내고 강송구로 도루하는 주자를 잡아내는(저지율 50%) 모습은 프로야구를 보는 색다른 볼거리가 됐다. KBO리그 최고 포수로 평가받는 양의지조차 “블로킹이나 프레이밍 등에서 안정감이 느껴진다. 수비나 송구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 메이저리그 포수라는 생각이 든다”며 칭찬하고 있다.

베탄코트도 “어렸을 때부터 주로 맡아 온 포지션이다. 팀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라면 언제든 마스크를 쓰겠다”는 각오를 밝힌 상황. 베탄코트가 포수 마스크를 계기로 자신감을 완벽히 회복해 순위 싸움이 한창인 NC의 ‘치트키’(비장의 무기)로 거듭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