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북한이 ‘작은 무기’ 몇 개를 발사한 것이 나의 사람들(참모)과 다른 사람들 중 일부를 신경 쓰이게 했지만(disturbed) 나는 아니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나에게 한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도쿄에서의 첫 오전 공식일정을 시작하기도 전인 오전 6시 반에 트윗을 한 것으로 볼 때 전날 볼턴 보좌관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목하고 있으며, 이 발언의 파장을 서둘러 진화하려 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그(김 위원장)가 조 바이든을 ‘아이큐가 낮은 인물’이라고 하고, 이보다 더 나쁘게 부르는 것을 보고 미소지었다”며 “아마도 이건 나를 향한 신호?”라고 적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폭군’이라고 부른 바이든 전 부통령을 향해 “지능지수가 모자라는 멍청이” “속물” 등으로 부르며 맹비난했다. 이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자신의 대선 경쟁자 중 하나인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난한 것이 자신을 간접 지원하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한 것.
광고 로드중
이런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뒤집으면서 다시 대북 강경대응 기류를 잡아가는 듯 보였던 볼턴 보좌관은 머쓱해지는 분위기다. 볼턴 보좌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압류, 몰수조치에 들어간 북한의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해서 “적절한 조치였다”는 평가와 함께 50년 전의 푸에블로호까지 거론하며 맞공격에 나섰던 상황.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강온 양면전략을 쓰기 위해 참모진에 역할 분담을 시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강경파와 대화파 사이의 정책혼선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참모인 존 볼턴을 직접적으로 꾸짖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이란 등 여러 이슈를 놓고 이미 볼턴 보좌관과 여러 번 의견 불일치를 빚었다”고 전했다.
결국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북한을 향해 어떤 최종적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한 강경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최근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보이며 “조건 없이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국의 대응에 보조를 맞추며 신중한 기조로 선회했지만 대북 불신 기조는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는 분위기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