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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상징 ‘유리 피라미드’ 건축가 이오밍페이 향년 102세 별세

입력 | 2019-05-17 17:18:00

루브르박물관 ‘유리 피라미드’, 홍콩 중국은행 70층 유리 타워 설계자
프리츠커상, 영국왕립건축가협회상 수상…“도시에 품위를 입혀준 건축가”




대표작인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유리 피라미드’가 1989년 완공된 직후 그 앞에 선 건축가 이오 밍 페이. AP 뉴시스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중앙정원 복판의 ‘유리 피라미드’(1989년) 설계자로 널리 열려진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 밍 페이(貝聿銘)가 16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별세했다. 향년 102세.

루브르박물관 중앙정원 재구성 프로젝트 설계자로 이오 밍 페이를 선정한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페이의 전작들이 주위 환경과 융합하는 모습에서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건립 당시 거센 비판을 받았던 이 건물에 대해 페이는 “프랑스와 루브르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지 않고 설계했다면 쫓겨났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출처 wikipedia.org

페이는 루브르 피라미드 외에도 홍콩 중국은행 70층 유리 타워(1990년), 묵직한 사다리꼴 형태의 워싱턴 국립미술관 동관(1978년), 영화 ‘로보캅’(1989년)의 배경으로 쓰인 역삼각형 댈러스 시청사(1978년), 보스턴 JFK 추념도서관(1979년) 등 세계 주요 도시의 풍광을 변모시킨 다수의 걸작 건축물을 남겼다.

파격적인 역삼각형 외형을 시도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시청사(1978년), 영화 ‘로보캅’(1989년)에서 비리의 소굴인 거대기업 OCP 사옥으로 등장했다. AP 뉴시스

1917년 중국 광저우에서 태어나 1935년 미국으로 이주한 페이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건축을 공부하며 만난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코르뷔지에, 하버드 건축대학원 재학 시절 교수로 재직 중이던 ‘바우하우스의 대부’ 발터 그로피우스의 영향을 받았다. 1948년 실무 경력을 시작해 1955년 자신의 사무소를 설립했다.

역동적인 기하학적 외양에 안정적인 공간감을 품어낸 페이의 건축물은 “주변의 기존 건물들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품위를 느끼게 해 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1983년 프리츠커상, 1979년 미국건축가협회상, 2010년 영국왕립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이오 밍 페이의 대표작 중 하나인 홍콩 중국은행 70층 유리 타워(1990년). 전체 하중을 코너 4곳에 세워진 강철 기둥으로 받아내도록 세운 건물이다. AP 뉴시스

‘모더니즘 건축의 종결자’로 추앙받던 페이는 1989년부터는 직원 2명의 사무소를 만들어 소규모 프로젝트에 치중했다. 마지막으로 설계한 마카오 과학센터는 92세 때인 2009년 완공됐다.

JFK 추념도서관 설계자로 페이를 선정한 재클린 케네디 여사는 “남편과 같은 해에 태어난 이 건축가는 하나의 문제를 해결할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 뒤 아름답게 풀어낸다”고 했다. 페이는 1998년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의 대담에서 “나는 스타일의 가치를 인정한다. 하지만 내 건축에는 스타일이 없다. 건축가가 ‘서명’처럼 스타일을 고집하면 많은 것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