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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 넘보는 비트코인… 美中분쟁-기업투자에 다시 불붙어

입력 | 2019-05-15 03:00:00

올초 300만원대 추락 비트코인… 4개월만에 3배 뛰며 960만원대
페북-나이키 등 블록체인 투자… 금융불안 심리에 가상통화 몰려
금융당국, 지난달부터 모니터링 “언제든 급락 가능… 신중한 투자를”




비트코인 시세가 다시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1월 2700만 원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2월 300만 원대까지 추락했다가 최근 900만 원을 넘어섰다. 시장에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글로벌 기업들의 블록체인 투자 등의 호재가 가상통화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도 지난달부터 가상통화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상통화 시세 급등이 여전히 명확한 분석이나 근거에 기반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급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상통화 시세는 오로지 투자 심리의 변화만으로 움직이고 있어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 잇단 호재에 가상통화 급등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과 업비트 등에 따르면 14일 가상통화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시세는 1비트코인당 945만 원과 950만 원 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 오후 4시 기준으로는 960만 원도 넘어섰다. 올 1월 300만 원대까지 하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4개월 만에 약 3배 수준으로 뛴 것이다.

비트코인 시세가 다시 날개를 단 것은 4월 초부터다. 미국의 한 매체가 만우절을 맞아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았다’는 가짜뉴스를 보도했다. 이 가짜뉴스로 인해 비트코인 시세(업비트 기준)는 4월 1일 471만 원에서 하루 만에 15% 오른 541만 원까지 치솟았다. 게다가 올해 들어 페이스북과 나이키,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도 잇달아 블록체인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더 요동쳤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가상통화 시세가 급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나라의 갈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 가상통화가 오히려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이 각각 관세 부과를 발표한 5월 11일과 13일 비트코인 시세(업비트 기준)는 각각 전날 대비 11.7%, 12.9% 상승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안심리 때문에 일부 투기자금이 비트코인으로 몰린 결과”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요동치기 시작하면서 다른 가상통화들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업비트 기준 이더리움 시세는 1월 29일 11만6300원까지 떨어진 뒤 2월 들어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5월 14일 25만 원 안팎까지 올랐다. 비트코인에서 파생돼 나온 비트코인캐시는 1월 31일 12만5000원까지 떨어졌다가 5월 14일 47만 원까지 올라 270% 이상 뛰었다.

○ “여전히 실체 없이 심리로 움직여”

금융당국과 업계에선 이번 가상통화 시세 급등이 2017년 폭등과는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에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상통화 폭등을 견인했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국내 시세가 약 30%까지 비쌌던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논란이 됐었다. 그러나 현재 국내 가상통화 거래량은 올해 초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시세와 해외 시세도 비슷한 수준이다. 한 가상통화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의 거래량은 급격히 늘지도, 줄지도 않고 있다”며 “가상통화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장에 진입한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상통화 시세가 요동치면서 국내 거래량, 다른 나라와의 가격 차(김치 프리미엄)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근의 가격 상승을 국내 투자자들이 이끌고 있다고 보진 않는다”며 “가상통화 가치는 언제든 급락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남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