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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지옥 기존 1, 2기 신도시 놔둔채 교통망 갖춘 3기 신도시 만들겠다니”

입력 | 2019-05-13 03:00:00

일산-운정 주민 800명 반대집회… 전문가 “판교처럼 자족기능 필요”



정부의 3기 신도시 지정에 반대하는 1, 2기 신도시 주민들이 12일 경기 파주시 와석순환로 사거리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3기 신도시 아웃” 등을 외치며 정부에 기존 신도시를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파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 2기 신도시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3기 신도시 지정 철회하라.”

12일 오후 경기 파주시 와석순환로 사거리에서는 머리띠를 두른 사람들이 “3기 신도시 아웃” 등의 구호를 외쳤다. 파주시 운정신도시와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주민들이 연합으로 연 3기 신도시 반대 집회였다. 손에는 ‘고양시민 합의 없는 3기 신도시 전면백지화’ ‘운정신도시를 살려주세요’ 등의 깃발과 팻말이 들려 있었다.

국토교통부가 7일 고양시 창릉지구와 부천시 대장지구에 3기 신도시를 추가 조성하겠다고 발표하자 인근 1, 2기 신도시 주민들이 철회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1, 2기 신도시를 위해 약속했던 자족 기능과 교통망 확충은 지지부진한데 정부가 3기 신도시 중심의 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기존 신도시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는데 서울과 더 가까운 지역에 새 신도시가 들어서면 집값이 하락하고 미분양이 쌓일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었다.

집회에 참석한 김인국 씨(43)는 “운정은 입주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도록 열악한 교통에 시달리고 있는데, 자족 기능과 교통망을 갖춘 3기 신도시 조성을 서두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는 10년 전부터 반복해온 운정 내 기업 유치와 지하철 3호선 연장 약속부터 지키라”고 했다. 일산에서 온 최모 씨(44)도 “고양시에 삼송·원흥지구가 개발되면서 일산은 최악의 교통난을 겪고 있는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은 10년째 첫 삽도 뜨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집회에는 경찰 추산 800명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18일 일산에서 2차 집회를 열 계획이다.

3기 신도시 추가 발표 직후부터 1,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커졌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기 신도시 고양지정, 일산신도시에 사망선고’라는 제목으로 3기 신도시 지정을 철회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12일 현재까지 1만4000여 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이날 집회에는 최근 미분양이 크게 늘고 있는 인천 검단신도시 입주 예정자들도 참석했다. 2021년 9월 입주를 앞둔 송모 씨(37)는 “검단은 총 7만여 채 중 겨우 1단계만 분양됐는데 인근에 인천 계양, 부천 대장 등 신도시를 2개나 짓겠다는 건 정부를 믿고 분양받은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고양선(가칭) 신설 등 3기 신도시 교통대책이 기존 신도시의 교통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GTX A, B노선 등 기존 신도시 교통대책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존 신도시에도 일자리 확충과 교통망 개선 등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새 신도시 조성과 함께 기존 신도시의 기능을 제대로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며 “판교처럼 자족 기능과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파주=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