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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대신 마당 있는 스위스대사관 “한옥서 영감… 집처럼 편안”

입력 | 2019-05-07 03:00:00

설계 총괄 건축사와 대사 인터뷰
“공개입찰서 70 대 1 뚫고 선정”… “불국사-병산서원 매우 아름다워”




17일 정식 개관을 앞둔 서울 종로구 주한 스위스대사관에서 니콜라 보셰 버크하르트파트너 건축사(왼쪽)와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스위스대사가 건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회색 지붕, 처마, 목재 대들보, 격자무늬 창살, ㄷ자 건물, 넓은 마당…. 17일 정식 개관하는 서울 종로구 돈의문 뉴타운의 주한 스위스대사관은 국내 외국 대사관 중 최초로 한옥을 재해석해 지은 건물이다. 스위스 정부는 왜 한옥을 모티브로 한 대사관 건물을 지었을까. 지난달 16일 이곳에서 설계를 총괄한 스위스 건축사무소 ‘버크하르트파트너’의 니콜라 보셰 선임 건축사(54)와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 스위스대사(62)를 만나 이유를 들었다.

보셰 건축사는 기자에게 “한옥에서 주택 중심부를 일부러 비워둠으로써 거주자 간 소통 공간을 마련하고, 마당을 둘러싼 여러 건물에 통일성까지 부여한다는 점을 흥미롭게 여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옥과 마찬가지로 스위스대사관의 중심 공간도 마당”이라며 “사무, 손님맞이, 주거 공간 등 대사관 내 핵심 3개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건물을 설계하고 싶었는데 한옥이 좋은 참고자료가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2012년 스위스 정부가 주한 대사관 설계 공모전을 실시했을 때 이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 전통건축을 따로 공부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했다. 프로젝트 명칭도 ‘스위스 한옥’으로 정했다. 이런 열성 덕분에 70개 이상의 쟁쟁한 경쟁업체를 제치고 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돈의문 뉴타운은 과거 키 작은 오래된 양옥집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던 도심의 낙후된 공간이었지만 재개발로 고층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섰다. “새 아파트에 둘러싸인 한옥 양식의 대사관이 오히려 주변의 현대적 건물과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보셰 건축사는 “이 동네에서 사라진 작은 집들을 기억할 수 있는 건물을 짓고 싶었다”며 “건물 높이를 5, 6층 정도로 할 수 있었지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비슷비슷한 고층 건물을 짓고 싶진 않았다”고 했다. 이어 “건물 층수가 낮을 때 (사무실보다) 집 같은 느낌이 든다. 대사관 직원들이 집에서 일하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2016년 부임한 카스텔무르 대사도 한국 전통 건축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은 경북 경주 불국사”라며 “최근 방문한 경북 안동 병산서원도 매우 아름다웠다”고 칭찬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