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두산 “선수에 욕 안해” 롯데 “코치엔 해도 되나”

입력 | 2019-04-30 03:00:00

‘사령탑 충돌’ 양팀 사태확산 경계… 욕설 김태형 감독은 30일 상벌위




정수빈, 한달 이상 결장 두산 정수빈이 28일 경기에서 롯데 구승민이 던진 공을 맞고 괴로워하고 있다. 29일 정밀 검진 결과 우측 등(9번 늑간) 골절과 폐 좌상(멍), 그리고 혈흉(폐에 혈액이 고이는 증상)이 확인됐다. 2주 후 재검진할 예정인 정수빈은 한 달 이상 장기 결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일보DB

김태형 두산 감독(52)과 양상문 롯데 감독(58)이 28일 벌인 그라운드 설전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 상대 팀에 거친 언사를 사용한 김 감독은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 감독은 29일 “정수빈이 롯데 투수 구승민의 공에 맞아 다치는 걸 본 순간 감정이 격해졌다. 야구팬들과 양상문 감독님 등 롯데 관계자들께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8회말 타석에 들어선 정수빈은 롯데 투수 구승민이 던진 시속 148km의 빠른 공을 등에 맞고 쓰러졌다. 김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가 공필성 롯데 수석코치와 구승민을 향해 험한 말을 쏟아냈고, 이 모습을 본 양 감독도 자리를 박차고 나와 김 감독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양 팀 선수들까지 그라운드로 몰려들었다.

양측의 견해는 ‘빈볼’ 여부와 ‘구승민을 향한 욕설’ 여부에서 갈린다. 롯데는 정수빈의 몸에 맞는 볼이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맞힐 상황도 아니었고, 맞힐 이유도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산 측의 생각은 다르다. 7회에 이미 정병곤이 정성종의 공에 맞았다. 하루 전인 27일에도 오재일이 고효준의 공에 맞았다. 두산의 한 코치는 “선수들은 투수의 자세와 방향만 봐도 빈볼 여부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쟁점은 김 감독의 욕설이 누구를 향했느냐는 것이다. 김 감독은 “친분이 있는 공필성 롯데 수석코치와 옆에 있던 주형광 투수코치에게 심한 말을 한 것은 맞다. 무조건 잘못했다. 하지만 선수에게 직접 욕설을 하지는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그러면 상대 팀 수석코치에게는 욕을 해도 되는 것이냐. 지켜야 할 도리라는 게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관련 사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현재로서는 상대방에게 욕설을 한 사실을 인정한 김 감독에 대해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야구 규칙 6조 4항에 따르면 “감독, 선수, 코치, 트레이너는 경기장 안의 어떤 장소에서도 상대 팀 선수, 심판원 또는 관중을 향해 폭언하면 안 된다”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KBO는 30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관련 사안을 심의하기로 했다.

한편 구승민은 갈비뼈 골절 진단을 받은 정수빈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사과의 말을 전했다. 정수빈도 “경기 중 있을 수 있는 일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준비 잘해서 다음 경기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양 감독은 “사건이 확대되길 원하지 않는다. 빨리 팀을 안정시켜 다음 경기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