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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둘로 쪼개진 ‘법의 날’… 이념과 진영논리에 무너지는 법치주의

입력 | 2019-04-26 00:00:00


어제 제56회 법의 날 기념행사는 둘로 갈라져 진행됐다. 정부서울청사에서는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가 주관한 정부 공식행사가 열렸고,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선 10개 보수성향 변호사단체가 모여 ‘자유와 법치를 위한 변호사 연합’ 발족식을 갖고 ‘법치 수호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보수 성향 변호사들의 연합체 결성은 이번이 처음이다. 쪼개진 법의 날 기념식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흔들리는 법치주의의 현주소를 보여준 장면이다.

민주주의 사회가 정상 작동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법의 지배, 즉 법치주의가 구현되어야 한다. 어떠한 외부세력이나 특정 집단의 압력과 영향력을 배제하고 오직 법률과 양심에 따른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법원과 검찰의 신뢰는 안팎에서 흔들리고 있다.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은 정치권이나 특정 집단의 정략적 비난이 빈번해지면서 법원 판결이 정쟁거리가 되고 있다. 법원 판결을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재단하는 것은 법치 파괴행위나 다름없다.

문재인 정부와 김명수 대법원 출범 이후 사법부의 이념적 쏠림이 심해지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 정부 출범 후 법무부가 ‘탈검찰화’를 명분 삼아 임명한 과장급 이상 개방직 간부 12명 중 절반인 6명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으로 나타났다. 민변 출신들은 청와대는 물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사법기관의 요직에 진출했고, 국가정보원과 감사원 등에도 포진해 있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에도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 여럿 선임됐다. 사법부 코드화가 심해지면 법조계 내부의 편 가르기가 가속화될 것이고, 법원 판결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도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적폐청산 수사에서 ‘별건수사’ 논란에 개의치 않고, 불구속 수사 원칙도 저버린 채 구속 그 자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수 성향 법조인들은 현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가 구정권 인사들을 겨냥한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같은 편엔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겐 가혹한 이중잣대라는 지적이다. 사법부와 법치주의에 대한 불신은 민주주의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정부와 사법부는 같은 날 다른 곳에서 기념식이 열린 법조계의 갈라진 현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