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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반도체 굴기’ 잇단 제동… 한국 초격차 유지 기회

입력 | 2019-04-25 03:00:00

퀄컴 中합작사 반년만에 폐업, M&A 시도도 4년간 7건 무산시켜
“中추격 뿌리칠 시간 잘 활용해야”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반도체 굴기’의 싹을 자르기 위한 미국의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인수합병(M&A) 및 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통해 세력을 키우려는 중국 업체들의 시도에 제동을 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당분간은 중국의 반도체 추격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이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퀄컴은 중국과 함께 설립한 조인트벤처인 화신퉁(HXT) 반도체를 30일부로 폐업하기로 했다. HXT반도체는 중국 구이저우(貴州)성 지방정부와 퀄컴이 2016년 5억7800만 달러(약 6600억 원)를 투자해 합작으로 세웠다. 지난해 말 신제품을 출시한 지 반년도 안 돼 갑작스럽게 사업을 접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퀄컴이 미국 정부 눈치를 보느라 중국과의 합작 사업을 중단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HXT 외에도 최근 4년 새 미국의 제재로 무산된 중국의 반도체 관련 M&A는 7건에 이른다. 2015년 중국 칭화유니(淸華紫光)그룹은 세계 3위 D램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을 230억 달러에 인수하려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의 반대로 실패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이듬해 2월 미국 샌디스크 인수도 추진했지만 이 역시 미국 당국이 개입하면서 무산됐다. 중국 화룬(華潤)그룹은 미국 반도체 기업인 ‘페어차일드’를, 푸젠그랜드칩인베스트먼트펀드(FGCIF)는 독일 반도체 장비업체 아익스트론을 각각 인수하려다 역시 제동이 걸렸다.

2017년에도 중국계 사모펀드인 캐넌브리지캐피털파트너스가 미국 반도체 기업 래티스를 인수하려다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2월에는 중국 유닉캐피털매니지먼트의 미국 반도체 시험 장비업체 엑세라 인수가 좌절됐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진입장벽이 높은 반도체 산업 특성상 후발주자는 이미 기술을 가진 기업을 사들이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중국이 정부 주도로 조성한 대규모 자금을 앞세워 빠른 속도로 사들이고 있는 점을 우려해왔던 한국 기업들로선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라고 해석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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