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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이냐 장기렌트냐… 밀레니얼 세대의 車 선택법

입력 | 2019-04-25 03:00:00

[커버스토리]20, 30대 신개념 車 소비전략




3년 차 공무원 어모 씨(27)는 1월에 매달 일정액을 내고 주기적으로 자동차를 바꿔 탈 수 있는 차량 구독 상품에 가입했다. 차량을 1∼5년 빌릴 수 있는 장기 렌트(대여) 상품도 생각해봤지만 차를 매일 타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 구독하기로 했다. 어 씨는 “근무지가 집에서 먼 곳으로 발령 나면 장기 렌트를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으로선 내 소유의 차량을 굳이 가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소유보다는 합리적인 소비와 특별한 경험을 중요 가치로 두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 출생자)의 등장으로 차를 사지 않는 운전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20, 30대의 자동차 신규 등록 수는 정부가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을 재차 시행했음에도 37만9950대로 2017년보다 4.34% 감소했다. 그 대신 이들은 차를 빌리거나 구독해서 쓰는 새로운 형태로 차량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24일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3월 기준으로 국내 시장에서 렌터카로 등록된 차량은 77만9901대로 역대 최대치로 집계됐다. 렌터카 등록 차량은 2014년부터 연평균 9만 대씩 늘고 있다. 렌터카연합회 관계자는 “장기 렌트 서비스와 카셰어링 문화 확산으로 렌터카 등록 수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장기 렌트는 그동안 주로 법인이 업무용 차량을 확보할 때 사용했지만 차량 구매를 꺼리는 젊은 운전자가 늘면서 개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롯데렌터카 장기 렌트 서비스의 개인 고객 이용 비중은 2014년 3월 21.7%에서 올 3월 38.9%까지 급증했다. 장기 렌터카 고객 10명 중 4명은 개인 고객이라는 뜻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장기 렌트 서비스를 찾는 것은 차량을 소유한 것처럼 이용하면서도 가격은 싸기 때문이다. 차량을 사게 되면 따라오는 자동차 취득·등록세, 자동차세, 보험료 등을 안 내도 되므로 월 수십만 원의 대여료만 내면 된다. 렌트 계약이 끝나면 차량을 렌터카에 반납하거나 남은 인수액을 내고 소유할 수 있다.

장기 렌트와 비슷한 서비스로 자주 언급되는 차량 리스는 운전자 명의로 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매달 내는 요금이 대출로 잡히기 때문에 대출 한도와 신용도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계와 금융권에서는 리스 차량은 사실상 운전자의 소유물로 보고 있다.

차량 구독 서비스는 가입자가 아직 많지 않지만 현대자동차 등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운전자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한 달에 두 번 차를 바꿀 수 있는 ‘제네시스 스펙트럼’과 ‘현대 셀렉션’ 등의 구독 서비스를 1월에 출시했다. 차량 구독 서비스 전문 운영사인 에피카는 BMW의 프리미엄 소형차 미니 브랜드를 바꿔가며 탈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구독 서비스의 가격은 월 72만∼149만 원 수준이다. 쏘카는 월 9900원의 구독료를 내면 자사의 단기 카셰어링 서비스를 절반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스포티지를 하루 빌릴 때 5만4000원인 원래 가격의 절반에 이용할 수 있다. 구독 서비스는 차량을 사거나 장기 렌트하는 것보다 비싼 편이다. 그런데도 20, 30대 운전자가 구독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다양한 차량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20, 30대는 차를 사는 게 경제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고, 이는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운전자들이 어떤 차를 타봤는지 경험을 중시하고 이를 공유하는 문화는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