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75〉널 어떻게 깨우는 게 좋을지, 엄마랑 정해볼까?

입력 | 2019-04-23 03:00:00

아침에 안 일어나는 아이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정말 징글징글하게 안 일어나는 아이들에게도 그 나름의 사정이 있다. 대부분 뇌가 빨리 안 깨는 유형이다. 성인 중에도 아침에 에스프레소 한잔 마셔야만, 피로해소 음료 한두 잔 마셔야만 잠이 깨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알람을 아무리 서너 개 맞춰도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한다. 뇌가 늦게 깨는 유형이라 30분 동안 울린 알람을 잠이 깨기 5분 전에 겨우 듣는다. 25분 동안은 알람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한 시간 깨웠다고 하지만, 아이는 엄마가 깨우는 소리를 단 5분밖에 듣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뇌를 깨워야 하기 때문에 소리로만 깨워서는 안 된다.

아이를 깨우는 방법을 정할 때는 반드시 아이와 의논해야 한다. 부모 마음대로 정하면, 아이를 깨우긴 깨웠으나 아이와의 사이는 오히려 나빠질 수도 있다. 부모가 아이의 어떤 점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아이 스스로 받는 스트레스는 무엇인지 서로 진솔하게 대화부터 해야 한다. 문제 상황에 직면해서 “네가 언제?” 또는 “너 때문에…” 식으로 비난하거나 화를 내지 말고 진지하게 얘기하면 된다. 아이도 개선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하면 아이와 상의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의외로 아이 쪽에서 ‘이렇게 깨워 달라’, ‘저렇게 깨워 달라’ 식의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가장 무난한 방법이 흔들어 깨우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어떤 아이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간혹 흔들면 발로 차거나 때리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잠결에 하는 행동이긴 하지만 부모가 다칠 수 있으므로, 이런 아이들은 잠자리에서 일으켜 욕실로 데리고 가 세수를 빨리 시키는 것이 낫다. 찬물이 닿으면 잠이 훨씬 빨리 깬다. 아이가 일어나기 직전에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 아이를 식탁 의자에 앉혀 놓고 입에 넣어주는 방법도 있다. 그러면 아이가 졸면서도 우물우물 씹다가 잠이 깨버린다. 이런 아이들은 움직여야 잠이 깬다.

조금 더 확실한 방법은 분무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사실 상담을 받던 아이가 제시한 의견이었다. 그런데 이 방법은 아이가 멀쩡할 때(?) 정말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너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니?” 대부분의 아이가 자신도 못 일어나는 것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어떻게든 내가 너를 깨워주어야 하지 않겠니? 너도 그걸 원하니?”라고 묻는다. “네가 싫으면 그냥 내버려둘게”라고도 하자. 아이가 “그럼 곤란하죠. 깨워주세요”라고 하면 “알겠어. 너를 깨우려면 흔들어 깨우는 것이 맞는데 내가 너를 흔들면 엄마한테 발길질을 하거든. 엄마가 일어나라고 말로만 하거나 알람시계를 이용해 봤는데 지금까지 소용이 없었잖아. 그런 경우는 분무기를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했다가 얼굴에 찍 뿌리는 것이 좋대”라고 말한다. 아이가 동의하면 그대로 하면 된다. 주의할 것은 잠이 덜 깬 아이가 물을 뿌렸을 때 “아 뭐야” 하면서 신경질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엄마는 한 번 뿌리고 부리나케 도망 나와야 한다. 이외에 물수건을 차갑게 해서 목이나 얼굴을 덮어주는 방법도 좋다.

아이가 깨워 달라는 시간에 깨웠는데도 일어나지 않을 때는 아이의 행동에 책임을 지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네가 깨울 때마다 화를 내면 엄마도 너랑 그렇게까지 실랑이하고 싶진 않다. 그러면 나도 기분이 나빠. 그렇지만 네가 깨워 달라고 하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고, 아이가 그래도 깨워 달라고 하면 “좋아. 그런데 엄마가 세 번 정도 네가 원하는 방법으로 깨웠는데 그래도 네가 일어나지 않으면 엄마도 그만하련다.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러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아”라고 말해둔다. 대부분의 아이가 “그러세요”라고 한다. 그래도 아이가 안 일어나면 내버려둬야 한다.

사실 지각은 학교의 규칙을 기준으로 아이와 교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선까지만 해주고 그 이상은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가 교사한테 혼이 나든 벌점을 받든 벌점을 상쇄하려는 교내봉사를 하게 되든 아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진솔하게 대화를 나눠 아이가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지켜봐 준다. 그래야 아이에게 문제의식도 더 생긴다. 그래야 아이들이 조금 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커간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