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골 변화로 본 인류의 ‘얼굴 진화’
44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대표적인 인류 화석의 두개골을 비교했다. 두뇌가 작아 이마가 없던 때에는 두개골 전면부의 대부분이 얼굴이었지만, 두뇌가 커지며 이마가 생기자 상대적으로 얼굴이 작아졌다. 앞으로 튀어나온 돌출부도 사라지고 눈 위 뼈도 작아져 얼굴이 평평해졌다. 이 얼굴에서 세심한 표정이 가능해졌다. 뉴욕대 제공
얼굴 형태도 독특하다. 광대뼈가 좌우로 튀어나와 있고 턱은 갸름하다. 잘 보면 대부분 위아래로 길다. 하지만 개나 말 등 다른 포유류처럼 입 부분이 튀어나오지도 않았고, 귀를 제외한 주요 기관이 다 앞을 향하고 있어서 하나의 밋밋하고 둥근 평면 위에 얼굴이 있는 인상을 준다. 아이들이 얼굴을 둥근 원으로 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류가 이렇게 독특한 얼굴을 갖게 된 원인이 밝혀졌다. 폴 오히긴스 영국 요크대 의대 교수와 크리스 스트링어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 교수팀은 약 440만 년 전부터 인류의 얼굴이 변모한 과정을 두개골의 변화를 중심으로 밝혀 ‘네이처 생태진화’ 9일자 및 16일자에 연이어 발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류의 얼굴은 수백만 년 동안 식습관 등 문화의 변화와 기후의 영향을 받아 서서히 변화해 왔다. 특히 최근 10만 년 사이에는 미묘한 표정을 더 잘 지어서 의사소통을 풍부하게 할 수 있도록 진화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표정에 특화된 얼굴의 진화는 크게 두 방향으로 이뤄졌다. 먼저 인류 얼굴의 전체적인 형상이 변했다. 얼굴이 계속 작아졌다. 두뇌가 커지면서 이마 윗부분이 점점 팽창했기 때문이다. 많은 고인류학자들이 인류 가문의 최초의 존재로 여기는 700만 년 전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의 경우 고릴라와 거의 다를 바 없는 얼굴을 하고 있다. 정면에서 보면 얼굴이 두개골의 거의 전부다. 맨 위에 눈썹이 위치한 눈 위 뼈가 있는데, 그 위로 이마가 거의 누워 사실상 바로 정수리로 이어진다.
이런 형태는 약 350만∼250만 년 전에 살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류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다가 250만∼200만 년 전에 등장한 우리의 직계조상 격인 ‘호모’ 속 인류부터 조금씩 바뀐다. 두뇌가 커지면서 이마가 위로 솟아났고, 상대적으로 얼굴은 작아졌다.
호모 속의 등장과 함께 얼굴 형태에 다른 큰 변화가 나타났다. 앞으로 튀어나와 있던 입이 점점 들어갔다. 앞을 향하던 광대뼈와 코 주위 뼈가 좌우를 향하도록 바뀌었다. 이마까지 수직으로 생기면서 얼굴의 인상이 전체적으로 평평해졌다.
씹는 근육은 중간에 강해졌다 다시 약해지는 중이다. 약 440만 년 전에 살던 ‘아르디피테쿠스’만 해도 씹는 근육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질긴 풀을 먹어야 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류 때에는 대단히 굵고 튼튼하게 발달했지만, 이후 호모 속 등장 이후로는 다시 작고 약해졌다. 오히긴스 교수는 “고기 섭취나 도구 사용 등이 씹는 근육 약화의 이유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정확한 관련성은 아직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특히 네안데르탈인은 눈 위 뼈가 아주 크게 발달한 데다 추위에 적응하느라 코가 높고 커지고 좌우로 펼쳐졌던 광대뼈까지 다시 앞을 향하도록 바뀌어 상당히 ‘부리부리한’ 인상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긴스 교수는 “눈 위 뼈가 돌출된 얼굴형은 지배나 공격 등을 나타내는 외모적 특성”이라며 “하지만 지난 10만 년 사이에 이런 특성은 점차 사라졌고, 특히 농업 문화로 변모한 지난 약 2만 년 전 이후에는 더욱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뼈의 돌출이 사라진 이유가 바로 의사소통이다. 눈 위 뼈가 사라지면서 코를 제외한 얼굴의 마지막 돌출부가 사라졌고, 인류는 눈썹마저 표정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마치 어떤 그림도 그릴 수 있는 도화지 같은 얼굴 위에서, 인류는 근육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조합해 어떤 미묘한 표정이든 지어 보일 수 있게 됐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