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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규제개혁 성패는 공무원 생각 바꾸는 데 달렸다

입력 | 2019-04-19 00:00:00


이달 초 싱가포르 도심에서 대형 전기버스의 자율주행 시범운행이 있었다. 승용차, 소형버스의 자율운행은 여러 나라에서 있었지만 대형버스는 처음이다. 이 프로젝트는 볼보버스와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그리고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의 3자 합작품이다. 이를 먼저 볼보버스에 제안한 쪽은 싱가포르 개발청이었다. “공무원이 아니라 사업가 같았다”는 게 볼보버스 부사장의 평가다. 새로운 일이 생기면 책임질 일부터 걱정하고 웬만하면 발을 빼려는 한국 공무원의 보신주의와는 대조적이다.

미래 산업에서 기술 수준 못지않게 중요한 게 규제개혁 수준이다. 이는 글로벌 경영컨설팅사 KPMG가 발표한 ‘2019년 자율주행 준비성 평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전체 순위가 싱가포르 2위, 한국 13위로 평가됐다. 싱가포르는 기술(15위)은 한국(7위)보다 낮지만 규제개혁 수준이 1위로 한국(7위)에 앞섰다. 다시 말해 한국은 싱가포르에 비해 기술, 즉 민간 수준은 앞서지만 규제개혁, 즉 정부 수준이 뒤처진다는 것이다.

자율주행, 공유경제, 원격진료 등 디지털혁명 관련 산업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직업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필연적으로 기존 직업군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를 어떻게 조정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느냐가 그 나라 정치 지도자의 능력이고 공무원의 수준이다.

어제 이낙연 국무총리는 현안점검회의에서 “법령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제정, 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직자들의 생각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네거티브 시스템은 안 되는 것 빼고는 모두 된다는 규제방식이다. 사실 위에서 아무리 주문을 해도 막상 일선 공무원들은 정권이나 기관장이 바뀌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규제를 푸는 시늉만 하며 뭉개는 경우가 많았다. 규제를 쥐고 횡포를 부리는 공무원을 엄격하게 문책하거나, 뛰어난 규제개혁 사례를 남긴 공무원들에게 승진 등 파격적인 보상을 해주는 인센티브가 따라야 한다. 우리나라 규제혁신은 공무원의 무사안일한 사고방식과 타성을 깨는 데서 시작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