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 이끄는 장 크리스토프 바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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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텍필립, 롤렉스, 위블로 등 정통 워치 메이킹 분야에서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가 여럿 있지만 방문객들을 가장 처음 맞이하는 건 불가리의 몫이다. 주얼리 패션이 전공이지만 최근 시계 부문에서 다수의 신기록을 세울 만큼 세계적 주목을 받는 불가리에게 시계·보석 박람회의 문지기는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역할이다.
지난달 21일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아름답고 화려한 불가리 부스에서 브랜드 수장 장 크리스토프 바뱅을 만났다. 이미 오후 6시가 훌쩍 지났지만 그는 해외 바이어와 미디어 관계자들을 만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렵게 쪼갠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의 말 곳곳에는 ‘워치 브랜드 불가리’에 대한 자신감이 짙게 묻어 있었다.
장 크리스토프 바뱅 불가리 회장(CEO)은 “한국은 불가리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장 중 하나다”면서 “럭셔리 산업 뿐 아니라 전반적인 라이프 스타일이 아주 트렌디하고 세련됐다”며 한국 시장 확장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문적인 워치 메이킹에 뛰어든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불가리의 첫 주얼리 워치가 탄생한 건 올해로 100년이 넘었다. 바뱅은 “시계는 불가리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비즈니스”라면서 “주얼리의 한 축인 주얼리 워치를 발전시키며 여성 워치 브랜드로 성장했고 기술과 혁신이 더해지면서 비로소 ‘불가리 워치’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불가리의 많은 여성 고객들이 매장에서 남성에게 선물할 시계를 찾았고, 고객의 니즈를 따르는 동시에 혁신을 거듭하면서 불가리는 자연스럽게 전문 워치 브랜드가 됐다.
세르펜티 세두토리
바뱅의 말대로 뱀, 콜로세움 등 불가리의 제품 디자인에선 유독 로마의 향기가 물씬 났다. 그는 “불가리는 로마 태생 브랜드이고 다른 브랜드와 달리 로마의 유산과 정신을 제품에 담는다”면서 “불가리 제품을 착용하는 것은 단순한 멋을 넘어 2700여 년의 로마 유산과 문화를 공유하는 의미를 지닌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설치 비용 등을 이유로 부스 위치를 거의 바꾸지 않는 바젤월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당분간 바젤월드의 문지기는 불가리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얼리에 이어 시계 분야에서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불가리가 프리미엄 시계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바젤(스위스)=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