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군-연극제육성진흥회, ‘상표권’ 감정가 놓고 신경전 법적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도
경남 거창군과 거창국제연극제집행위원회가 추진해 온 연극제 관련 권한의 일괄 매매가 무산 위기에 놓였다. 양측 공방은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거창군 제공
사상 첫 문화상품 매매라는 ‘묘수(妙手)’는 도로 아미타불이 되고 법적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최고, 최대의 여름축제이자 ‘아시아의 아비뇽’으로 불린 거창국제연극제는 최근 수 년 동안 파행을 거듭하면서 명성이 크게 실추됐다.
이 회장은 15일 “거창군이 연극제의 문화적 가치를 종합 감정(鑑定)해 매입하기로 약속해놓고 불복했다. 재감정은 있을 수 없으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진흥회는 “감정가격 산출의 기초가 된 입장객 수를 문제 삼고 있으나 이는 거창군이 만든 공적 자료에 근거한 것이다.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합의를 백지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섰다.
반면 거창군은 “자료에 오류가 많아 수용이 어렵다”며 진흥회에 재감정을 요구했다. 입장객 수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졌고 일관성도 없다는 이유다. 거창군은 자신들이 선임한 감정평가팀의 산정 금액마저 불신하는 상태다. 양측 감정평가팀 모두 잘못된 기초 자료에 근거한 데다 감정 금액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나 신뢰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거창군은 “재감정을 요구할 뿐 계약을 파기할 의사는 없으므로 해약에 따른 위약금을 물어야 할 상황은 아니다. 연극제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창지역 시민사회도 가세했다. 거창YMCA는 11일 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창국제연극제는 거창군민의 자산이다. 상식에 맞지 않는 (금액의) 상표권 매입은 안 된다”는 성명을 냈다. 이어 계약 과정, 계약서 원본을 공개하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정상화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감정액은 단지 ‘거창국제연극제’라는 일곱 글자의 상표권(商標權)이 아니라 연극제 상품성과 문화적 가치, 기여도 등을 최고 전문가들이 종합 평가한 것으로 결코 높지 않은 금액이다. 재감정의 신뢰성 담보 방안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계약분쟁과 별개로 올해 연극제 정상화를 위해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진흥회가 거창군을 상대로 합의서 불이행에 따른 법적 절차를 시작하면 연극제 정상 개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까지 순항하던 거창국제연극제는 군과 진흥회가 예산 집행 문제로 다투면서 2016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2017년엔 같은 시기, 각각의 장소에서 두 개의 연극제가 열려 빈축을 샀다. 지난해에는 거창군(문화재단)이 연극제를 열지 못했고, 진흥회도 돈이 모자라 축소 개최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