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부족 국가’ 한국에 점점 커지는 ‘슬리포노믹스’
‘양질의 수면’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면 이어폰, 아로마오일 등 숙면을 돕는 상품들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수면용품 관련 시장 규모는 2조 원대로 추정된다. 사진 출처 보스(BOSE) 홈페이지
직장인 이문정 씨(33)는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워치 ‘수면기록’부터 확인한다. 시계에는 지난밤 이 씨가 뒤척인 것은 물론이고 ‘꿀잠’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해 수면효율이 낮게 기록된 날에는 저녁 약속을 되도록 잡지 않고 일찍 귀가한다. 이 씨는 “처음에는 시계를 차고 잠을 자는 게 불편했는데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면서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피곤한 경우가 많았는데 기록을 통해 지난밤 수면 흔적을 확인하고 바이오리듬을 조절할 수 있어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시계부터 본다”고 말했다.
○ 만성 ‘잠 부족’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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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결혼한 김모 씨(31)는 신혼집을 마련하면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퀸 사이즈 침대 대신 싱글 사이즈 침대 2개를 구입했다. 부부가 한 침대가 아닌 각자의 침대에서 잠을 자는 것이다. 김 씨는 “남편과 출퇴근 시간이 달라 서로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어 침대를 각자 쓰기로 했다”면서 “전날 밤 수면의 질이 그날 컨디션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고민 끝에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생활 패턴이 다른 부부들은 침대를 따로 사거나 한 침대이지만 각자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투 웨이 리클라이너 침대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2014년 3.0%에 불과했던 전년 대비 침대 매출 증가율은 2016년 10.7%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4.7%로 눈에 띄게 높아졌다.
숙면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꿀잠’을 돕는 수면용품 시장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수면을 뜻하는 영어 단어 ‘슬립(Sleep)’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를 더한 ‘슬리포노미’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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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커머스 티몬에 따르면 최근 1개월(3∼4월)간 ‘토퍼’(매트리스 위에 까는 푹신함을 더하는 쿠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전 심신 안정에 도움을 주는 ‘아로마오일’도 같은 기간 판매량이 40% 늘었다. 기본 안대에 온열 기능이 더해진 ‘온열 안대’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8% 올랐다. 최근에는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동시에 수면을 돕는 다양한 사운드가 탑재된 이어폰이나 수면 중 움직임을 추적하는 스마트 베개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전자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2019년을 대표하는 신조어 중 하나로 수면을 돕는 기술을 뜻하는 ‘슬립테크(Sleeptech)’를 꼽기도 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