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낙태처벌’ 위헌 여부 11일 선고
1월 미국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생명을 위한 연례 행진’에 참가한 활동가들이 ‘태어나지 않은 아기들을 훌륭하게 만들자’ 등 낙태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4일 취임한 몰타의 조지 벨라 대통령은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낙태를 합법화하는 건 살인을 합법화하는 것과 같다”며 낙태를 전면 금지한 현행법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몰타 여성계는 “그럼 다른 모든 유럽연합(EU) 국가가 살인을 승인하고 있다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몰타는 EU에선 유일하게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나라다.
3월 30일 이탈리아 북부 도시 베로나. 전통적 가족 가치를 옹호하는 국제행사의 연단에 오른 극우 동맹당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는 죽어가는 나라”라고 외쳤다. 행사를 주최한 단체는 ‘낙태는 심장 박동을 멈춘다’는 문구와 함께 고무로 만든 10주 태아의 모형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며 낙태 반대를 외쳤다. 극우 정당 포르차누오바(FN)는 이날 1978년 합법화된 낙태를 계속 유지할지를 묻는 국민투표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반면 동맹당과 함께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극좌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마이오 대표는 “마치 중세로 돌아간 것 같다”며 이 행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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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전반적인 흐름은 낙태를 금지해온 기독교 근본주의에서 벗어나 낙태 허용 쪽으로 바뀌고 있다. 정통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가 지난해 5월 국민투표로 낙태 합법화를 결정한 것이 상징적인 장면이다. 그 논란은 이웃 북아일랜드로 옮겨붙었다. 영국은 1967년부터 낙태가 합법화됐지만 북아일랜드만은 제외된 상태였다.
2017년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이해 아일랜드에서 낙태 합법화에 찬성하는 여성들이 집회를 열고 ‘아일랜드는 낙태가 필요하다’ 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출처 아이리시타임스
독일 연방정부는 2월에 병원의 임신중절수술 홍보를 금지한 낙태 광고 금지법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1933년 나치 시절 아리아인의 ‘인종 우월성’에 따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독일은 임신 12주 이전 중절수술을 허용하고 있지만 낙태 광고 금지법 때문에 여성들이 상담센터와 임신중절수술을 담당할 의사를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독일 보수 기독민주당은 “이 법이 낙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여성들의 임신중절을 막았다”며 개정에 반대했지만 기민당 소속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수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의 교조적인 윤리에 유연성을 보이지만 낙태만은 엄격히 반대하고 있다. 교황은 “산전 검사를 통해 장애 가능성이 있는 태아를 낙태하는 것은 독일 나치의 우생학을 연상시키는 행위”(지난해 6월),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은 문제 해결을 위해 청부살해업자를 고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지난해 10월), “낙태는 인간의 생명을 사용한 뒤 버릴 수 있는 소비재처럼 취급하는 것”(올해 2월)이라고 연이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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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최지선·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