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국가산업단지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는 지어진 지 50년이 넘어 각종 기반시설이 열악한 실정이다. 12일 여수산단 내 한 삼거리 도로에서 상하수도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화물차들이 운행을 하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여수산단 도로를 관리하는 여수시 관계자는 “도로 개선을 위해 해마다 실태조사를 하지만 예산 확보가 어려워 개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된 지 52년째인 여수산단은 장치산업인 석유화학단지 특성상 공장이 밀집해야 시너지효과가 난다. 하지만 도로는 물론 산업용지, 공업용수, 폐수처리시설 등 기반시설이 부족하거나 열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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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땅까지 부족
여수산단의 필수조건은 물이다. 공장을 가동하며 발생하는 열을 공업용수로 식혀줘야 한다.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공장을 멈춰야 한다. 여수산단에서 하루 평균 사용하는 공업용수는 약 45만 t. GS칼텍스와 LG화학 등 입주기업 14곳은 2025년까지 10조 원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할 계획인데 하루 공업용수 25만 t이 추가로 필요하다. 2021년까지 하루 10만 t, 2025년까지 하루 15만 t을 더 확보해야 한다.
2012년까지 필요한 공업용수 10만 t은 전남도가 정부에 요청해 주암조절댐 물을 하루 10만 t 공급받을 예정이다. 생활하수 8만 t 가운데 5만 t을 재처리해 공급하는 방안도 여수시가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2025년까지 공업용수 15만 t을 확보하는 것. 여수산단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수어댐과 주암조절댐은 유효 저수량이 넉넉하지 않다. 오송기 전남도 혁신경제과장은 “2020년 수립되는 국가 수도정비기본계획에 여수산단 공업용수 부족상황 해결 방안이 들어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을 새로 짓거나 확장할 땅도 부족하다. 여수산단 용지 97%는 개발이 완료됐고 나머지도 이미 일부 기업이 증축 계획 등으로 확보한 상태다. 여수상의와 입주 기업들은 산업용지 확보를 위해 여수공항 인근 바다(318만 m²)를 매립해 산업용지로 쓸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해양수산부에 건의했다. 또 여수산단 인근 율촌 2산단(953만 m²)과 3산단(499만 m²)을 조속히 완공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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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와 전남도는 이 같은 여수산단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공업용수를 늘리고 공공폐수처리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업용수와 공공폐수처리시설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산업용지 부족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여수산단은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기서 나오는 오·폐수와 악취, 소음 등의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주민들이 겪는 피해를 감안해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에서처럼 여수산단 기업들이 내는 국세 비율을 약간 낮추는 대신 지방세 비율을 그만큼 높이자는 지적이 나온다.
여수산단 업체들은 2017년 기준 국세 5조 원 가량을 냈지만 지방세는 1493억 원을 냈다. 여수시 전체 지방세의 34.4%에 불과하다. 여수시는 여수산단에서 징수한 지방세로 산단의 도로 개보수 등 기반시설 개선에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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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는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지자체의 지방세를 늘려주는 법안이 계류돼 있지만 처리는 되지 않고 있다. 2016년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을 비롯한 14명은 석유화학단지 등에 있는 정제·저장시설 유류 1L당 1원의 지방세를 부과하는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 의원은 “환경오염과 소음 등을 유발하는 시설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를 매겨 자치단체 안전관리사업과 환경보호를 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며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가 발전량에 따라 지방세를 내는 것처럼 석유화학단지에도 과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수시는 보통교부세에 석유화학산단 항목을 신설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유환춘 여수시 세정담당은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 국회발의 법안의 과세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업이 지역에 공헌한다는 차원에서도 석유화학산단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