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에서 경로당 회원이 될 수 있는 65세 이상 인구는 10명 중 3명꼴에 이른다.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80세 이상 어르신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젊은 세대의 눈에야 비슷한 연배로 보일지 몰라도 60대와 80대 사이에는 엄연히 세대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이 차이가 있어도 언니동생으로 허물없이 어울리는 여성과 달리, 나이에 따라 위아래 서열을 따지는 남성의 경우 아버지와 자식뻘 세대가 터놓고 지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산수경로당은 노노(老老) 갈등의 해소 차원에서 유용한 공간인 셈이다.
▷고령화시대의 새로운 풍속도 중에는 노노(老老) 부양, 노노(老老) 간병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은 칠순 넘은 자녀가 90대 부모를 봉양하고, 꼬부랑 할머니가 자신보다 더 고령의 할아버지를 간병하는 모습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몸도 성치 않고 경제력도 없는 노인이 이런 처지에 내몰리면 부양의 중압감, 간병의 부담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가정 내에서 또 다른 노노 갈등이 유발되면서 자살이나 살인과 같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까지 발생한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