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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감기’ 우울증… 주변 시선 걱정 말고 치료받으세요

입력 | 2019-03-27 03:00:00

[홍은심 기자의 낯선 바람]우울증



우울증 환자는 몸 속 ‘세로토닌’ 물질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감기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병원에 가는 것은 많이 망설여진다. 정신병 환자라고 기록에 남아 취업에 불이익이 있지는 않을까, 주변의 시선도 두렵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기록도 다른 질환과 같은 의료기록이다. 환자의 동의 없이 어떤 경우에도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 》


잠이 오지 않는다. 벌써 두 달째다. 침대에 누우면 손도 까닥하지 못할 정도로 피곤한데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들이 떠다닌다.

나는 물리치료학과 4학년이다. 국가고시를 준비 중이다. 잠을 자야 내일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시험에 대한 압박과 불안에 쉽사리 눈을 감을 수 없다.

이렇게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 것은 몇 번의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고서다. 성적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국가고시에 합격하지 못할 거다. 내 꿈인 물리치료사도 할 수 없겠지. 시험 한 번으로 4년 동안의 공부가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리는 거다. 인생에 실패했으니 누구도 나를 거들떠보지 않을 것은 뻔하다. 친구도, 가족도 나를 패배자라고 생각하고 싫어하겠지. 밤새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힌다.

무거운 몸을 힘겹게 이끌고 학교로 향한다. 매일 퀭한 눈으로 수업에 들어오는 나를 걱정스럽게 보셨던 지도교수님이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소개해줬다. 상담 선생님의 몇 마디로 나의 불안이 나아지진 않겠지만 교수님 권유라 모른 척할 수가 없다.

불면증 때문에 힘들다는 말에 상담 선생님은 병원 치료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한다. “고민이 있으면 잠이 오지 않는 것은 당연해. 하지만 계속 잠을 못 자면 몸도 마음도 피곤해지니 치료를 한번 받아보자.”

병원에 가서 수면제 처방이라도 받고 싶지만 가족들이 만류한다. 어머니는 “시험도 얼마 안 남았고 취업 때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는데 정 힘들면 취업 후에 받는 것이 어떻겠냐”고 한다. 아버지는 “우울증 따위 정신력으로 버티는 거지, 치료는 무슨 치료”라며 펄쩍 뛰신다.

밤에는 뜬눈으로 새우고 낮에는 짜증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날들을 반복했다. 이렇게 살 바엔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약국 앞을 서성인 적도 있었다.

결국 나는 병원에 갔다. 취업도 하기 전에 죽을 것만 같아서다. 선생님은 내게 “‘마음의 선글라스’를 쓴 것”이라고 했다. 모의고사 성적이 떨어진 것은 속상하지만 시험에 불합격한 것도 아니고 그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다행히 시험은 합격했다. 취업도 곧 될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약도 먹지 않는다. 불안함이 사라지니 나쁜 생각으로 잠을 설치는 날도 줄었다.


■ 전문가 TIP
김성완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광주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장

우울증에 많이 처방되는 약 성분은 ‘세로토닌’이다. 세로토닌은 정서적 안정과 활력을 주는 인체 신경전달물질이다. 세로토닌 분비에 관련된 것은 햇빛과 수면이다. 우울증 환자가 불면증을 호소한다고 해서 무조건 수면제를 처방하지 않는다. 수면제는 의존성과 내성이 있다. 하지만 세로토닌이 함유된 항우울제는 내성이 없다. 우울증 환자가 부족한 몸속 세로토닌을 보충하면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홍은심 기자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