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250분 영장심사
영장심사 받으러 출석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5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63)은 25일 오전 10시 15분경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면서 이 한마디만 했다.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사퇴 동향만 보고받은 것이 맞느냐’ ‘청와대로부터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지시 받은 것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앞서 김 전 장관은 지난달 1일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비공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해 왔던 김 전 장관은 당초 25일 영장심사 법정에 출석하면서 간략한 대국민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오전 계획을 갑자기 변경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인 김진수 변호사(56·사법연수원 20기)는 “김 전 장관이 당초 준비한 바와 달리 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에 청와대 내정 인사를 앉히기 위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던 전임자를 상대로 표적 감사를 벌여 사퇴시켰다며, 이는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전 장관은 환경부가 산하 기관 임원 공모 과정에서 청와대 내정 인사에게 면접 질문지를 미리 제공하고 공모에 탈락한 청와대 내정 인사가 민간업체 대표에 뽑히도록 압력을 행사한 과정에 직접 관여해 위계 및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재임 당시인 2017년 7월경부터 지난해 8월까지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실과 협의해 인사권을 남용했기 때문에 추가 수사를 위해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점심시간 휴정 후 오후 2시부터 4시 40분까지 열린 영장심사에서는 김 전 장관의 변호인단 4명이 검찰 측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 측은 “블랙리스트 작성이나 실행에 관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당한 사퇴 압박 또한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장관에게 부여한 정당한 인사권을 사용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위법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들은 검찰 측이 밝힌 사실관계가 법리적으로 직권남용죄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장심사가 끝난 뒤 김 변호사는 “검찰이 예상보다 수사를 상당히 열심히 했다. (변호인단도) 충분한 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 독방에서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김동혁 hack@donga.com·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