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은 “제작, 연출 제안도 받은 적이 있지만 가장 잘하는 연기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매니지먼트 숲 제공
‘한국 영화 100년의 최고 여자 배우’ 전도연. ‘독보적인 연기력’과 ‘국내외에서 쌓아온 성취’로 영화 전문가 100인 중 44인의 지지를 받았다. 고교 3학년 때 청소년잡지 모델로 우연히 발탁되면서 연기자가 됐고 “결혼하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때 ‘연기가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던 그다.
“영화 ‘해피엔드’가 생각을 바꾸게 했습니다. 그저 주어진 대사나 외우면 되는 게 아니었어요. 작품을 중심으로, 캐릭터로서 생각하고 고민하게 했거든요.”
“현장에서 열심히, 정말 치열하게 소통하려 합니다. 어떤 감정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 거라는 얘기를 사전에 충분히 나누고 현장에 갑니다. 소통은 직접적이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감독들이 ‘무서운 배우’라고 하나 봅니다.
“항상 말합니다. ‘준비하고 나오면 안 무섭다’고요(웃음). 배우와 감독이 서로를 무서워할 일이 뭐 있나요. 각자 열심히 하면 되는데요.”
―‘밀양’의 이창동 감독에게도 그랬나요.
전도연은 2007년 영화 ‘밀양’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던, 엄마도 아니었던 그는 무참하게 아이를 잃고 비명 같은 통곡으로 ‘어미’를 열연했다.
―어떤 이들은 ‘전도연은 직관의 배우, 그래서 타고난 배우’라고 합니다.
“작품과 캐릭터 분석 등 연기의 기본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예전엔 모든 걸 알고 연기해야 한다고 여겼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걸 ‘밀양’ 때 알았습니다. 그 혹독한 시간을 통해서요. 인물은 몸으로 느끼고 부딪쳐야 하는 것이었어요.”
―‘밀양’ 이후 몇 년간 대중성과 다소 거리가 있었지요.
―‘진짜’에 집착하게 된 건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일까요.
“얼마 전 CF를 찍는데 뭔가 오글거리더라고요. 내 얼굴 같지 않았어요. 정말 낯설었어요. 그렇다고 시키면 못하느냐? 잘합니다! 나이 생각은 안 해봤는데 영향이 없지 않을 것 같긴 해요. 대체 언제 적 전도연이냐, 또 그렇게 적응하면서 살아야겠지요. 여배우로서 어쩌면 위치가 모호한 나이일 것 같아요. 작품을 좀 많이 하고 싶습니다.”
―유난히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습니다.
“좋아요, 사랑 이야기. 하지만 이젠 다른 식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뭐가 될지 모르지만요.”
―‘밀양’ 직후인 2007년 봄 결혼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현모양처를 꿈꿨다면서요.
“남편은 ‘밀양’이 없었다면 우린 이뤄지지 않았을 거라고 말합니다. 이 남자 아니면 죽을 것 같아야 하는 게 결혼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요. 현모양처요?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것 같아요. 서로 맞춰가며 잘 사는 것,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전도연은 초등학교 4학년생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도 하다. 매일 오전 5시 반 일어나 아이의 아침밥과 등굣길을 챙긴다. 그는 4월 3일 주연작 ‘생일’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2014년 4월 일어난 참사로 아이를 잃은 엄마 역할이 그의 몫이다. 예정된 인터뷰 시간이 끝났지만 그는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라며 영화에 대해 말하고 또 말했다.
윤여수 tadada@donga.com·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