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글로벌 경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0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FOMC는 만장일치로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 올해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워싱턴=AP 뉴시스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현지 시간) 정책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또 그동안 시중에 풀어놓은 자산을 거둬들이는 보유자산 축소도 예정보다 일찍 끝내기로 했다. 연준이 이처럼 통화정책 방향을 경기부양으로 선회한 것은 세계 경제의 먹구름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간 이어온 금리 인상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미국이 ‘돈줄 죄기’를 멈춘 것은 자국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국의 경기 둔화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연준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돌아섬에 따라 한국의 대응 역시 주목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아직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연준은 2015년 12월 이후 모두 9차례 금리를 올렸다. 201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는 5개 분기 연속 금리가 인상됐고 올해도 두 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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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풀린 돈을 다시 환수하는 작업도 중단된다. 연준은 보유자산의 축소 규모를 5월부터 줄여 나가 9월 말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핵심적인 긴축 카드를 모두 거둬들인 셈이다.
연준이 통화 완화 쪽으로 확실히 방향을 틀면서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높았던 한국은 금리 역전에 대한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금리 격차가 확대돼 자본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1일 “미국 FOMC 결과가 시장 예상보다 완화적이었고, 우리 통화정책을 결정할 운신의 폭을 넓혀줬다”며 “당분간 연준의 정책금리 조정 관망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경제 전망이나 금융안정 상황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는 아직은 아니다”며 “브렉시트와 이에 따른 유로존의 경기 방향, 미중 무역협상과 중국 경기 흐름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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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유럽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1.7%에서 1.1%로 대폭 하향 조정되면서 경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동결하고 새로운 장기대출 프로그램의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역시 20일 발표한 3월 월례경제보고에서 2016년 3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판단을 하향 조정했다. 중국 경기 하락의 영향으로 수출과 기업 생산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한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연속 수출 감소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인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은 280억4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4.9% 감소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19억3000만 달러로 4.9%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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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1년 전보다 12.6% 줄었다. 미중 무역마찰 등 글로벌 경제의 악재로 인한 불똥이 주변국인 한국과 일본에 동시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세종=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