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 시작前 이례적 A4 3장 분량 입장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 지사는 법정에서 봉투 속에 있던 서류를 꺼내 읽으며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52·수감 중)의 항소심 서울고법 형사2부의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3기)는 19일 첫 재판 시작 전 이렇게 말했다.
차 부장판사는 “대단히 이례적이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고 향후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 부득이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며 약 10분 동안 A4용지 3장 분량의 ‘재판에 임하는 입장’을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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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부장판사는 “법정 밖에서의 비난과 예단은 재판부를 모욕하는 것이다. 신성한 법정을 모독하는 것이며, 재판의 본질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제도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차 부장판사는 “피고인과는 옷깃조차 스치지 않았고, 이해관계도 같이하지 않는다”면서 김 지사와 검찰 측에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기피 신청을 하라”고 요구했다. 양측이 기피 신청을 하지 않기로 하자 차 부장판사는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재판 결과를 위해 다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김 지사의 변호인은 “재판장이 서두에 말한 부분에 저희 변호인들도 적극 공감하고,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법정 구속 48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 지사는 재판부를 향해 앉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허익범 특별검사는 표정 변화 없이 차 부장판사의 말을 경청했다.
그 뒤 차 부장판사는 김 지사의 보석 심문을 이어갔다. 김 지사는 직접 준비해온 글을 10분간 읽었다. 김 지사는 “1심 판결은 증거를 애써 무시하며 이래도 유죄, 저래도 유죄 식으로 판결했다”면서 “법정 구속으로 발생하게 된 도정 공백은 어려운 경남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경남도민들께 빠른 시일 내에 의무와 도리를 다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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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다음 공판 기일인 4월 11일 이후 김 지사에 대한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죄 성립 여부를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이 사건을 물리적으로 2∼3개월 내에 도저히 판결할 수가 없다”면서 월 2회 오후 3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김 지사는 1심 때는 주 1회 재판을 받았다.
김 지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된 만큼 통상적으로 2개월 이내에 재판이 마무리되는 다른 피고인들과 비교하면 재판 절차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1심 선고 당일 법정 구속으로 김 지사의 항소심 구속기한은 올 9월 30일 만료된다. 보석이 기각되더라도 구속기한 전에 항소심이 선고되지 않으면 김 지사는 석방된다.
김예지 기자 ye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