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풍 ‘뉴트로’에 빠진 젊은층
최근 10, 20대를 중심으로 옛 콘텐츠에 약간의 새로움을 더한 ‘뉴트로 문화’가 퍼지고 있다. 위 사진은 2000년대 인기 드라마 장면을 패러디한 광고, 버거킹 제공.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재(아저씨)패션’이란 소리를 들었을 법한 구식 디자인 상품들이 최근 젊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에 태어난 10대들이 직접 경험하지도 못한 1990년대 문화에 열광하는 ‘뉴트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뉴트로는 ‘복고(Retro)’와 ‘새로움(New)’을 합쳐 만든 신조어다. 중·장년층에겐 과거의 아련한 추억이었던 복고가 젊은이들에겐 새롭고 신기한 아이템으로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패스트푸드점 광고에는 남자 주인공(김영철)이 점원에게 ‘사딸라(4달러)’라고 외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10, 20대 사이에서 패러디 영상까지 만들어지며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새로운 유행어 같지만 이 광고의 모토가 된 건 2002년 방영한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 역을 맡은 김영철이 임금협상을 하며 미군에게 호기롭게 소리쳤던 대사다. 광고가 인기를 끌면서 원래 드라마 장면도 수십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뉴트로 문화가 빠르게 퍼지면서 관련 상품 매출도 크게 늘고 있다. 17일 온라인쇼핑몰 티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중순까지 힙색, 벨트백 등 1990년대 유행했던 복고풍 상품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3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벙거지모자의 판매량도 158% 늘었다. 큰 브랜드 로고의 옛 디자인 상품을 잇달아 선보인 휠라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573억 원으로 전년보다 64.3%나 늘었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10, 20대 고객을 중심으로 뉴트로 관련 상품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이들에겐 생소한 디자인과 높은 가성비가 판매 증가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 폴라로이드 제공.
뉴트로가 유행하는 것은 최신 유행에 대한 요즘 세대의 피로감과 옛 문화에서 느끼는 호기심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커다란 로고가 박힌 힙색과 일력(日曆)을 구입한 김성진 군(18)은 “한 번도 써보지 못한 것들이라 호기심이 생겼다”면서 “특이하기도 하고 매일 달력을 하나씩 뜯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일력. 한일 시멘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