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시가격 인상 후폭풍 남가좌동 소형아파트 20% 껑충… 마포-용산-성동은 30%넘게 인상도 “중저가 주택은 시세변동률 이내” 국토부 산정기준 설명과 달라 전문가 “1주택 거래세부터 낮춰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전용면적 83.06m²) 한 채를 보유한 이모 씨(70)는 15일 아파트 공시가격을 확인한 뒤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7억9900만 원이던 공시가격은 올해 9억1200만 원으로 14.14% 올랐다.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14.17%) 수준이지만 고가주택의 기준으로 통하는 ‘공시가격 9억 원’의 문턱을 넘었다.
공시가격이 9억 원을 넘으면 1주택자라도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된다. 이 씨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무섭다. 2017년 162만 원이던 재산세는 지난해 208만 원으로 올랐고 올해는 263만 원으로 예상된다. 2년 만에 62.3%나 오르는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낼 종부세는 재산세에 비하면 아직 ‘푼돈’ 수준이지만 내년부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 씨는 “공시가격이 오르면 건강보험료도 오른다는데 일단 세금 고지서를 받아봐야 체감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집 한 채뿐인데”… 은퇴자·1주택자 부글부글
서초구 반포동의 신반포8차 아파트(전용 52.7m²)는 지난해 6억 원대였던 공시가격이 올해 9억2800만 원으로 41.5% 올랐다. 용산구 신계동 용산e편한세상(전용 84.21m²)은 34.4%, 서울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전용 97.3m²)는 35.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 따르면 이들 아파트는 재산세 인상률 상한선인 30%까지 세금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용산e편한세상 아파트는 지난해 161만 원이던 보유세가 올해 210만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집 한 채 외에 별다른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에겐 세금 인상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국민주택 수준(전용 84m²)의 아파트 1채를 가진 윤모 씨(72)는 “아직까지는 견딜 수 있지만 앞으로 세금이 더 오를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윤 씨 아파트 단지의 보유세 인상률은 지난해 33%, 올해 20% 선이다. 2017년 249만 원이던 보유세가 2년 새 388만 원까지 늘게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애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이 올라왔다. 15일 한 청원인은 “공시가격 급등으로 은퇴자나 1주택자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며 “1주택자에 한정해 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전반적으로 공시가격을 올리면서 투기와 관련이 없는 실거주 1주택자들도 피해를 받고 있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 공시가격 인상률, 집값 상승폭의 2배 넘어
올해 서울의 공시가격 인상률이 집값 상승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국토교통부는 “시세 12억 원 이하 중저가 주택은 시세 변동률 이내로 공시가격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이 말이 맞다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과 공시가격 변동률이 큰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 구별 아파트 가격 상승률과 올해 공시가격 변동률을 비교해 본 결과 모든 지역에서 집값 상승률보다 공시가격 인상률이 더 높았다. 서울 전체로는 지난해 아파트 값이 한국감정원 기준 6.34% 올랐지만 공시가격은 이보다 높은 14.17% 상승했다.
특히 노원구는 지난해 매매가격 상승률이 3.16%에 그쳤지만 공시가격은 11.44%나 올랐다. 강남구(매매가격 4.96% 대비 공시가격 15.92% 상승), 서초구(5.53% 대비 16.02%) 등도 편차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