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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 한다고 잘 사나요?”…‘축구 목사님’ 노장덕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19-03-09 14:20:00


축구하기전 포즈를 취한 노장덕 목사. 노장덕 목사 제공.

노장덕 경기 군포 삼성교회 목사(53·엘드림 중고등학교 교장)는 ‘축구 목사님’으로 불린다. 1주에 최소 2일은 공을 차야 직성이 풀린다.

“수요일만 빼고 공차는 모임이 요일별로 다 있다. 일요일에도 목회를 마치고 공을 찬다. 목사님들도 건강해야 목회 활동을 잘할 수 있다. 운동을 잘 안하는 목사님들이 많은데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축구를 하라고 권유한다.”

노 목사는 경기 안양시 목회자축구팀과 경기 사회복지사축구팀 감독을 맡고 있다. 전통의 헤브론축구선교회 사령탑을 지내기도 했다. 4월 8일 전북 익산에서 열리는 전국목회자축구대회에서도 운영위원으로 적극 참여한다. 올해로 2회째다.

축구하기전 포즈를 취한 노장덕 목사. 노장덕 목사 제공.

“목회자 축구팀들이 각 시도에 다 있다. 70개 팀 정도가 된다. 올해 전국목회자축구대회에는 15개 팀이 참가해 자웅을 겨룬다. 지난해 19개 팀보다 좀 줄었지만 대회 규모를 키워서 프로축구 K리그의 3부 리그처럼 운영하는 게 목표다. 전국의 팀들을 조직화해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전국목회자축구대회를 열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즐기기 시작한 그는 경기 가평 조종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클럽팀 선수로 활약했다. 기술이 좋아 고등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하지만 중학생 기준으로 보기에 키가 너무 작다고 판단해 축구를 포기했다. 그런데 조종고등학교 시절 키가 훌쩍 컸다. 그러나 축구를 다시 하기엔 이미 때가 늦었다.

“축구를 그만 둔 것을 후회됐지만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하지만 축구는 늘 내 가슴 안에 있었다. 대학 시절엔 동아리축구를 했고 사회에 나와서는 조기축구와 주말 축구팀에 나가서 공을 찼다.”

노 목사는 음악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경기 사회복지사대회팀을 이끌고 대회에 출전했을 때 모습. 노장덕 목사 제공.

“서울 성지중고교와 경기 군포 용호고에서 교사로 일했다. 하지만 공교육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2004년 교직을 그만두고 대안학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노 목사는 공부 잘하는 일부 학생들만 끌고 가면서 대부분의 학생을 포기하는 공교육 시스템에 실망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부 상위권 학생들의 들러리로 전락한다.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학생들은 하루 종일 자거나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다 집으로 간다. 이런 학교가 무슨 의미가 있나.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해주고 그 학생에게 맞는 능력을 계발해주는 게 교육 아닌가?”

경기도 고양시 일산 로고스기독학교에서 대안학교 운영을 배운 뒤 2007년 경기도 용인 태화국제학교 설립 교장으로 대안교육을 본격 실시했다. 7년 전부터는 경기교육청 지정 위탁학교인 안양사랑빛예능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특정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학생을 받아 교육을 시켜 그 학교 졸업장을 받게 해주는 학교다. 모두 기독교 산하의 대안학교다.

“어릴 적부터 교회를 다녔다. 자연스럽게 기독교 산하 대안학교에서 일을 하게 됐다. 형님도 목사다. 그러다보니 주위에서 목사 안수를 받으라고 했다. 2008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2018년 할렐루야컵 우승 때 모습. 노장덕 목사 제공. 

그는 목사 안수를 받은 뒤 ‘선교축구’를 표방하고 나섰다. 좋아하는 축구를 활용해 목회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축구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 크다. 공 하나만 있으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서로 친해진다. 다른 지역 사람들과 축구하며 어우러질 수 있다. 주거지인 경기 안양에서 30~50대를 주축으로 축구팀을 만들었다. 안산, 군포에서 팀들 만들어 활동한다. 목사들도 끌어 들였다. 그래서 안양 목회자축구팀과 경기 사회복지사팀 감독이 된 것이다. 축구하는 목사들이 건강하고 목회활동에도 열성적이다.”

2018년 할렐루야컵 우승 때 모습. 노장덕 목사 제공. 

젊었을 땐 오른쪽 날개 공격수였지만 요즘은 최종 수비수나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한다. 전국 목회자 축구계에서 노 목사를 모르면 ‘간첩’이란다. 기독교 축구계에서는 최고의 ‘선수’로 불린다. 한국축구대표팀에서 활약한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 급이다고. 그는 2016년에 한국교회연합 교단대회에서 백석팀으로 나가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2018년엔 할렐루야컵 목회자축구대회에서 팀을 우승시키는 등 크고 작은 대회에서 맹위를 떨쳤다.

노 목사는 ‘100세 시대’를 맞아 요즘 노장년층 축구팀 활성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목회자축구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세대가 50대다. 하지만 60대를 넘어 70대, 80대 분들도 축구를 한다. 내가 아는 분 중 93세에도 축구를 즐기고 있다. 건강해야 100세까지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시고 있다.”

노 목사는 어린이들에게도 축구할 기회를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안양에서 교회 대항 유소년대회를 열어 올해로 6회 째를 맞는다.

“어른들도 건강해야 하지만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도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요즘 학교에서는 주지교육에 밀려 아이들이 제대로 체육활동을 하지 못한다. 아이들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다. 심신이 건강하면 나쁜 길로도 빠지지 않는다. 우리 대회에는 각 교회에서 5명만으로도 출전하면 다른 교회팀과 연합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한다. 그러면 다음 대회 땐 참가자 수가 배가 넘어 ‘베스트 11’을 채워서 나온다. 그만큼 움직이고 싶은 아이들의 열망이 강하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시작하면 평생 운동을 즐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100세 시대를 맞아 어린이들에게도 운동할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

노 목사는 올 초 경기도 광주에서 스포츠 예능 특기 적성특성화 학교 엘드림 중고등학교(http://cafe.daum.net/ELDreamSchool)를 열었다. 자신이 너무 일찍 축구선수를 포기했던 과거를 거울삼아 축구를 하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 아이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 또 자신의 재능을 어린 학생들에게 전수할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을 받는다. 이 세상이 공부만 잘한다고 잘 사는 것은 아니지 않나? 다른 특기 적성을 살려주는 교육을 표방한다. 그 시작은 축구다. 축구 하다 그만둔 선수, 축구가 하고 싶은 학생들을 받아 교육 시킬 것이다. 꼭 선수가 돼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축구 분석과 지도자 과정 등으로 직업 교육을 시킬 것이다. 향후 핸드볼과 골프 등 종목을 추가할 예정이다. 아무런 특기가 없는 학생이 와도 된다. 자신만의 특기를 계발해 삶을 잘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하겠다.”

2016년 한국교회연합 교단대회 우승했을 때 모습. 노장덕 목사 제공.

노 목사는 엘드림학교 운영위원장으로 김정남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1986 멕시코 월드컵 한국대표팀 감독)을 영입했다. 초빙 감독으로 유상철 전 전남 드래곤즈 감독도 끌어 들였다. 축구학교를 만들기 위해 4년 전 유소년 지도자 자격증도 획득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자격증만 15개나 된다. 노 목사는 대학교 3개 팀, K3(한국 3부리그) 팀 및 독일·중국·필리핀 등 해외 구단과 업무 협약(MOU)을 맺었다. 유망주를 발굴해 선수로 보내거나 지도자를 육성해 파견하기 위해서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인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인복시센터도 많다. 또 동남아시아엔 축구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렇게 수요를 예측 파악하고 학생의 특기를 살리는 교육을 시키면 자연스럽게 직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2016년 베트남 선교축구대회 때 모습. 노장덕 목사 제공. 

6월 24일 캄보디아에서 4박5일간 태국 미얀마 등 4개국이 참가하는 ‘캄보디아 교육부 차관배 축구대회’를 여는 이유도 ‘축구를 통한 해외선교’에 더해 축구로 동남아시아 시장 창출의 목적도 담겨 있다.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에서도 대회를 이미 열었다.

엘드림 학교는 미인가 대안학교라 졸업장은 없다. 하지만 노 목사는 ‘공교육에서 20년 가까이, 대안학교에서 10여년의 경험’을 살려 희망 없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교회대항 유소년축구대회 때 모습. 노장덕 목사 제공. 

“고정관념을 떨쳐야 한다. 아이들이 잘 따라가지도 못하는 수학과 과학은 안 시키면 된다. 세상 사는데 필수 과목은 아니다. 자기가 잘하는 축구와 음악, 아니면 바리스타 등으로 재능을 계발하면 된다. 또 세상 살아가는데 대학 졸업장이 무슨 필요가 있나?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시키면 된다. 대학 졸업장이 굳이 필요하다면 특기를 살려 키워주고 검정고시로 상급학교에 진학시키면 된다. 국내외 대학 다 갈 수 있다.”

노 목사는 그동안 대안학교를 통해 아이들의 특기를 살려 서울예술종합학교와 백석예술대 등 각종 예술대학교에 진학시켰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키울 순 없는 것 아닌가.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키워야 한다. 원래 이런 일은 나라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교육청 차원에서 특성화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진짜 공교육에서 외면 받은 학생들이 많다. 그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

공교육에 적응한 교사는 이런 현실을 잘 모른단다. 솔직히 대안학교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다고.

노장덕 목사가 자신의 ‘축구 인생’을 설명하고 있다. 

“한 때 경기도 모 처에 있는 공립 대안학교에 강사로 나간 적이 있다. 일반학교에서 온 교사들은 왜 대안학교를 운영해야 하는지를 잘 몰랐다. 그냥 임기만 채우고 다른 학교로 가려고 했다. 공교육에서 소외된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절대 그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노 목사는 최소 비용으로 학생들에게 원하는 특기를 배울 기회를 제공한다. 학비와 기숙사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사재도 털었고 후원자를 찾아 연결해 주기도 한다. “공부 하고 싶은데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며 후원자도 적극 찾고 있다.

“축구 외에 실용음악, 방송연예, 바리스타, 미용도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축구 등 특기 하나만으로도 자신의 삶을 잘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노 목사에게 축구는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건강법’이자 세상 살아가는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꿈을 키워주는 ‘도구’였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