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유현준 지음/426쪽·1만5800원·와이즈베리
시간을 거스른 공간 여행은 스쿨버스 창밖으로 보이던 개천, 1974년 1호선 개통 때 시승한 지하철, 국내 최초의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 아빠의 포니 자동차로 이어진다. 공간 하나에 추억 하나. “공간에서 느낀 감정들이 한의원 약초 서랍처럼 여러 개 있고, 그 추억은 건축 디자인에 영감을 준다.”
스무 살 이후 그의 공간은 바다 너머로 확장된다. 미국 보스턴 유학 시절 단골 식당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선 상실감에 빠진다. “내가 즐겨 가던 가게가 사라지는 것은 일종의 수몰지역 난민이 되는 기분이다. … 임대료가 비싸서 원주민 가게가 떠나는 것이 안 좋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이 겹겹이 쳐진 베이징 자금성에서는 조선시대 사신을 떠올린다. “얼마나 주눅이 들었을까. 중요한 공간은 어렵게 되어 있는데 그중의 갑은 자금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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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눈으로 세상을 한 바퀴 돌고 나니 시절을 거쳐 간 아지트들이 증강현실처럼 눈앞에 병풍을 두른다. 필요할 때 꺼내볼 ‘공간 플레이리스트’를 만들라는 메시지도 마음에 든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