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WP “볼턴, 美 외교정책에서 막강한 권한 행사”

입력 | 2019-03-05 12:14:00

북한·시리아 외 모든 문제에 영향력 행사
대통령보다 앞서 나가는 경우는 없어
김정은, 싱가포르 회담 때 볼턴에게 농담 걸리도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정통적인 외교정책 방향을 미국 관리들에게 전달하는 최고 번역가라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판가들은 외교정책에 문외한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볼턴이 자신의 매파 전략을 주입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지지자들은 볼턴이 대통령에게 자문은 해도 대통령의 정책을 결코 좌지우지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안보보좌관이 된 지 1년이 다되는 현 시점에서 평가는 대북정책과 같은 일부 문제에 제한되지만, 어쨋든 그의 영향력은 폭넓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볼턴이 처한 이중적 상황은 지난 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에 잘 나타나고 있다.

볼턴은 회담이 성공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마지못해 따라하기는 해도, 회담이 성공이라는 대통령 주장을 뒷받침하지는 않고 있다. 심지어 ‘회담을 열 가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은 분명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하기도 했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김정은의 주장에 대해 볼턴은 “그(김정은)의 말을 믿는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기를 거부했다.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나는 국가안보 결정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이 한다”고 얼버무린 것이다.

수십년 동안 미국의 외교정책 전쟁에서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혀온 볼턴이 이처럼 겸손을 떠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볼턴이 자기 주장을 펴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는 안보보좌관의 역할을 정부 각 부처의 견해를 종합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에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관점이 대통령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조정자로 바꾸었다.

그는 최고 안보 당국자들이 대통령에게 선택지를 제시하는 만남을 차단했다.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에서 특정 주제 전문가들을 고위급 정책 입안 경험이 거의 없는 이데올로기 동조자로 교체한 일도 있다.

장문의 보고서를 읽기 싫어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듣기를 싫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과 볼턴의 업무 성향이 합해져서, 그는 혼란스러운 외교정책 과정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북한 문제를 제외하고 볼턴은 자신이 수십년 동안 매진해온 군축이나 다자협정과 같은 많은 핵심 분야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다. 러시아와 이란과 협정을 취소한 것이 그 사례다. 또 최근에는 베네수엘라 정책을 관장하고 있으며 유엔과 협력을 축소하는 있어서도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이 “국익 우선”이라는 정부 입장과 어긋나게 외교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지만 농담으로 전쟁을 벌이지는 말라는 정도로 경고할 뿐, 그를 경질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동맹과 협력을 중시한 존 켈리 전 비서실장과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해임됨으로서 볼턴의 입장이 강화됐다. 볼턴과 자주 충돌한 해병 장군 출신의 켈리 비서실장이 떠남으로써 대통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시리아 파병 중단을 발표한 뒤 논란이 벌어진 과정에서 벌어진 일은 볼턴의 권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주둔 미군을 조만간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국방부와 국무부가 아우성을 친 끝에 철회되기 직전까지 갔었다.

당시 볼턴은 안보보좌관으로서 대통령과 장관들의 회의를 주선해야 했지만 트럼프의 철군 요구가 수그러들자마자 시리아에서 미국의 최대 적은 이슬람국가(ISIS)가 아니라 이란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미군이 시리아에 계속 주둔할 수 있도록 했다.

볼턴은 퉁명스럽고 고집통이라는 평판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 대해 “내 귀는 항상 열려 있다”고 모든 부서에 말하고 다닌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은 전임자인 허버트 맥매스터와는 완전히 다르다. 맥매스터는 모든 관련자들을 불러모아 최대한 격론을 벌이도록 하지만 볼천은 그런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NSC 직원들은 볼턴과 직접 대화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맥매스터의 방문이 항상 열려 있었다면 볼턴의 방문은 항상 닫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호출하면 부리나케 달려간다.

볼턴은 국방부, 국무부, 백악관 사이의 접근 방식의 차이를 조율하는 각 부처 차관보급 회의를 소집하는 일이 없다. 국방장관, 국무장관, 재무장관, 법무장관이 참석하는 외교 정책 ‘기초 위원회’ 모임도 거의 열리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각료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접촉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이를 가장 잘 하는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다.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실무 오찬 자리에서 볼턴에게 북한에서 “악명이 높다”면서 이미지 개선을 위해 같이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지만 볼턴은 웃기만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폭스 뉴스 시절 해설자로 북한과 이란에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가리킨 일이었다.

볼턴은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첫날 친교만찬에 참석하지 않았으나 다음날 열린 확대정상회담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 볼턴은 “대통령보다 앞서가는 일이 절대 없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정책이 바뀌는 경우 그가 대통령의 생각을 바꾼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스스로 바꾼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뉴시스】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