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 서울뉴칼라스쿨 개교… ‘P-테크’ 과정 세계 6번째 도입
4일 서울 은평구 세명컴퓨터고등학교에 개설된 ‘P-테크’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학과의 첫 수업 모습. P-테크는 고교 3년과 전문대 2년 통합 과정으로 한국IBM과 교육부 등의 지원을 받아 도입됐다. 한국IBM 제공
4일 오전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세명컴퓨터고에서는 작년까지와는 다른 입학식이 열렸다. 총 9개 반 중 2개 반(52명)에 AI소프트웨어학과가 신설됐고, 대학 진학까지 확정된 52명의 신입생이 큰 환영을 받으며 입학한 것이다. 이 2개 반은 ‘P-테크(Pathways in Technology Early College High School·서울뉴칼라스쿨)’ 과정으로 올해부터 한국IBM이 교육부, 경기과학기술대와 함께 개설했다. IBM은 미국, 호주, 모로코, 대만,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한국에 이 과정을 도입했다.
P-테크에 입학한 임채성 군(16)은 “마블시리즈 등 SF 영화를 보고 AI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5년제 과정을 잘 마치고 한국이 AI 분야의 선두가 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 군 등 52명의 학생은 고교 졸업 후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별도 시험을 치르지 않고 경기과학기술대에 진학한다.
○ 신설 AI학과 모집부터 치열
P-테크 과정은 지난해 11월 입학생 모집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서울지역 특성화 고교 중 절반 이상이 정원 미달이었지만 이곳의 입학 경쟁률은 2 대 1이 넘었다.
입학 전형도 일반 학교와 달랐다. 중학교 성적 기입란이 따로 없고 봉사활동 등 간단한 정보와 자기소개서로만 학생들을 1차 심사했다. 2차 전형인 심층면접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무엇인가’ 등 AI와 관련된 질문으로만 평가했다.
입학 이후 학생들은 프로그래밍, 데이터베이스 및 빅데이터 분석 등 AI 전문가가 되기 위한 커리큘럼을 집중적으로 교육받는다. 1, 2학년 때는 기초과정을, 3학년이 되면 심화과정을 배우는 식이다. 대학에 진학하면 AI 관련 응용 수업과 현장실습을 받는다.
○ P-테크 인재서 글로벌 기업 임원까지
장화진 한국IBM 대표는 “한국에 부족한 ‘하이테크’ 인재를 양성해 회사 발전은 물론이고 사회에도 기여한다는 생각에 한국에도 서둘러 들여왔다”고 말했다.
2011년 P-테크가 도입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전 세계 졸업생 180명 중 25%가 IBM 정직원으로 선발됐다. 한국 졸업생들도 IBM에 지원할 경우 서류전형이 면제되고 입사가 확정되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지원자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나머지 75%의 학생도 P-테크 졸업생을 선호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에 취직하는 경우가 많다.
장 대표는 “AI 개발 교육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프레젠테이션, 협업을 통한 문제 해결 등 회사에 필요한 역량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P-테크 졸업생들은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며 “IBM 같은 글로벌 기업에 입사해 임원까지 되는 사례가 쌓이다 보면 한국 사회의 학벌 중심주의도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