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공공변호인제 내년 도입되면
B 변호사는 A 씨의 조사 과정을 지켜보며 피의자의 주장이 왜곡되지 않는지, 인권 침해는 없는지 등을 살펴봤다. A 씨는 향후 진행될 수사 절차와 법률적인 조언까지 들었다. 검찰은 48시간이 지나기 전 경찰이 신청한 A 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흘 뒤 영장실질심사에서 B 변호사는 A 씨가 초범인 점, 우발적인 범죄라는 점 등을 판사 앞에서 강조했다.
형사공공변호인제가 도입될 경우를 가정한 가상의 사례다. 고문과 강압수사에 의한 허위 자백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삼례 나라슈퍼 사건’ 피해자 등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피의자 신분일 때부터 무료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공공변호인은 법무부 산하 법률구조공단 소속으로 활동하게 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당초 “법무부가 법률구조공단을 지휘, 감독하므로 기소를 하는 기관인 검찰과 형사변호를 하는 기관 모두 법무부의 영향력 아래 놓일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법무부는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형사공공변호인 관리위원회의 실질적인 운영권을 대한변협에 넘길 계획이다. 변협이 위원 과반수 임명권을 갖게 되면 법무부 권한 집중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법무부는 향후 정부 부처 협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제도의 취지가 사실상 변호인 선임 없이 검경 수사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어서 수사 패러다임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변호인 없는 수사’가 사라지면 피의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해 자백을 받는 기존 수사 관행 대신 증거를 중심으로 한 수사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조계 시각이다.
앞서 법원의 국선변호인 제도는 2004년 법원별로 국선전담변호인을 두기 시작한 뒤 15년간 자리를 잡으면서 피고인의 ‘자기방어권 보장’이 확대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옥에 가지 않을 변호사는 국선변호사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선변호사의 사회적 위상과 평가가 달라졌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이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