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서울 도심 ‘5·18 대립’
둘로 나뉜 목소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5·18망언 규탄 범국민대회’ 참석자들이 ‘5·18 망언 논란’을 일으킨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광주, 전남에서 올라온 사람 등 주최 측 추산 5000명이 모였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3일 오후 3시경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 곽희성 씨가 무대에 올라 억울함을 호소했다. 곽 씨는 “이들의 망언도 우리가 민주주의를 만들어서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는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민사회단체 약 550개로 구성된 5·18시국회의와 5·18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는‘5·18 망언 규탄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5·18 발언 논란’을 일으킨 자유한국당 의원 3명의 국회 퇴출과 5·18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집회에 앞서 광주 5·18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의미로 묵상시간을 가졌다. 청계광장에 운동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낮게 퍼졌다.
24일 오후 청계광장 인근에서 자유대한호국단을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 100여 명이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5000여 명이 모였다. 광주 전남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버스 등을 대절해 온 사람들도 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용섭 광주시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 광역단체장과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했다. 일반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김진희 씨(59·서울 종로구)는 본보 기자에게 “저는 광주 사람이 아니지만 광주 사람들에게는 갚지 못하는 마음의 빚이 있다. 명백한 역사 왜곡에 마음이 아파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치고 오후 4시경 광화문광장을 한 바퀴 돌고 남측 세월호 분향소까지 행진했다.
같은 시간 범국민대회 장소에서 30m가량 떨어진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 30여 명은 5·18 유공자 명단과 공적조서 공개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일파만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을 향해 “가짜 유공자를 공개하라”고 외쳤고 이에 항의하는 사람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력 약 2800명이 배치돼 양측을 떨어뜨려 놓았다. 자유연대를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 약 100명은 24일 오후 2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역시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5·18 유공자들을 “경찰과 군인을 죽인 폭도”라고 부르기도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