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일 아픈 역사 마주하는 것 필요”

입력 | 2019-02-18 03:00:00

영화 ‘박열’ 日상영 이끈 배급사 대표




3·1절을 앞두고 개봉된 영화 ‘박열’을 보러 16일 도쿄 시부야구 이미지포럼 극장을 찾은 일본인 관객들. 이날 4회 상영 좌석이 모두 매진됐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16일 일본 도쿄 시부야구의 영화관 ‘이미지포럼’.

아침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일본 왕세자 결혼식장 폭파를 시도했던 독립운동가 박열(1902∼1974)과 아내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박열’(일본판 제목은 ‘가네코 후미코와 박열’) 개봉관 모습이었다.

이날 4회 상영 좌석(회당 98석)은 모두 매진됐다. “공간이 비좁으니 안전에 주의하라”는 안내 방송도 나왔다. 이 영화는 도쿄 오사카 교토 등 3개 대도시를 시작으로 나고야, 니가타 등 20개 영화관에서도 상영된다.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항일 운동가의 일대기를 그린 한국 영화가 일본 전역에서 개봉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배급사 ‘우즈마사’ 대표 고바야시 산시로(小林三四郞·61·사진) 씨는 “지난해 영화 ‘박열’의 원고를 처음 봤다. 가네코 후미코와 박열을 내가 발견한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했다.

상영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약 1년의 준비 기간에 “한국 독립운동가를 다룬 영화를 상영해 줄 영화관이 있을까” “극우세력이 공격할 수 있다” 등 우려가 많았다. 고바야시 씨는 “이 영화를 일본에서 공개하는 것이 그 우려에 대한 ‘정답’이라고 여겼다”며 “한국에 총부리를 들이댄 일본 역사와 그 대상이 된 한국 역사가 다르다. 서로 상대방의 역사를 마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관객들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장 먼저 영화관을 찾은 이케모토 에이코 씨(70)는 “한일 간 아픈 역사가 있다는 것을 일본이 확실히 인정하고 양국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대 인사에 나온 일본인 배우들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영화에서 전범(戰犯)인 일본 고위관료 역을 맡은 사토 마사유키(佐藤正行) 씨는 “아베 정권이 간토(關東)대지진 후 조선인 학살에 대해 부정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다. 많은 분이 역사적 진실과 마주하길 바란다”고 했다.

영화관 밖에서는 일부 극우세력이 시위를 벌였다. 일장기를 들고 관객들을 위협했고, 확성기를 들고 “박열은 폭탄을 든 테러리스트”라고 외치기도 했다. 일부는 “‘반일 판타지 영화’ 상영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