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2차 정상회담 D-9]“실험 원하지 않을뿐” 핵동결 목표 시사 “1차회담 때처럼 성공적일 것”… 비핵화 구체적 성과엔 말 흐려 北, 상세한 로드맵 확답 안한듯 “한-중-러 사이 北위치 경이적”… 경제협력-투자 가능성 시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매우 성공적일 것이나 (협상) 속도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신화 뉴시스
15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기자회견을 지켜본 외교소식통은 그의 발언을 이렇게 평가했다. ‘성공적’ ‘운이 좋은 회담’ 등 긍정적 표현을 이어가며 장황하게 낙관론을 펼쳤지만 “단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테스트를 원하지 않을 뿐”이라고 불쑥 던진 한마디에 그의 속내가 담겨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연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띄우고 있지만 막상 실무협상 단계에서는 여전히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북측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상세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했음에도 이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질의응답에서 기자들이 “1차 (북-미 정상회담) 때 합의가 일반적인 수준에 그쳤는데 비핵화에 어떤 구체적인 성과가 있었느냐”고 묻자 “많다. 많은 것을 달성했다”고만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당선 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정권을 인수할 당시 가장 큰 위협으로 북한이 꼽혔고, 북한과 전쟁 위기에 놓여 있었다는 기존 발언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민주당의 맹공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의 기대치를 낮춰 회담 이후의 후폭풍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중단된 사실을 언급하던 도중 노벨 평화상 이야기를 꺼내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신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해준 사실을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북한과의 전쟁’ 관련 발언을 두고 참다못한 오바마 행정부 당시 각료들이 일제히 부인하고 나서기도 했다. 벤 로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의 전쟁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고 했고,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오바마 대통령 때 크건 작건 북한과 전쟁이 날 뻔한 일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뉴욕타임스는 “2013년 시리아에 단 한 차례 공습하는 문제를 두고도 안절부절못하다가 결국 안 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과의 전쟁에 적극 나섰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정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