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든 밤이든 음주 승객 폭행… 주먹질 넘어 돌로 목 찌르기도 “술 마셔서…” 솜방망이 처벌 일쑤 “운전석 격벽 설치” 목소리 커져
술에 취한 승객들의 잇따르는 폭행으로 택시 운전사들이 불안과 공포 속에 운전대를 잡고 있다. 택시 운전사 이경훈 씨(68)는 “낮이든 밤이든 술에 취한 손님이 타면 불안해 운전에 집중할 수가 없다”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나도 언제든지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처럼 음주 승객에 의한 택시 운전사 폭행 사건이 잇따르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글들이 여러 건 올랐다. 최근 술에 취한 승객이 60대 여성 택시 운전사를 마구 때린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달 10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탄 김모 씨(40)가 운전사 이모 씨(60·여)를 폭행해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힌 사건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인은 ‘대중교통 운전사를 폭행하는 사람에겐 매우 엄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써 500여 명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중교통 운전사에 대한 폭행 가해를 엄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피해 예방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택시 운전사들이 음주 승객들의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된 환경을 바꾸기 위해 ‘택시 내 격벽’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훈 hun@donga.com·한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