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유행했던 인종차별적 분장 버지니아 주지사 35년전 사진 논란… 구치는 비난받은 제품 판매 중단
얼굴 절반을 가리는 부분에 커다랗고 붉은 입술을 강조해 ‘블랙페이스’를 연상시킨다는 여론의 비난을 받은 구치의 스웨터. AP 뉴시스
최근 미국 전역이 때 아닌 블랙페이스 논란으로 떠들썩하다. 블랙페이스란 백인 등 흑인이 아닌 인종이 흑인처럼 얼굴을 검게 분장하는 것을 뜻한다. 과거 흑인 희화화에 쓰인 이 같은 분장은 인종차별 비판을 받으며 금기시되고 있다.
최근 논란은 1일 미국 민주당 소속인 랠프 노덤 버지니아주 주지사의 1984년 이스턴버지니아의대 졸업앨범에서 비롯됐다. 35년 전 앨범 속 노덤 주지사 페이지에는 흑인 분장과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 복장을 한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파티 사진이 실렸다. 사과 성명을 발표한 노덤 주지사는 이튿날인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중히 살펴본 결과 사진 속 인물은 내가 아니다”며 태도를 바꿨다. 다만 그는 1984년 당시 흑인 팝스타 마이클 잭슨을 흉내 내는 댄스대회에 참가하며 얼굴을 검게 분장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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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페이스가 과거 사진에서만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유명 브랜드 구치는 최근 내놓은 터틀넥 스웨터에 두껍고 붉은 입술 디자인을 더해 블랙페이스를 연상케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구치는 7일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블랙페이스는 19세기 미국에서 백인이 흑인을 희화화하는 민스트럴쇼에서 비롯됐다. 이런 공연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문화적 잔재는 남아 있다가 인종차별에 민감성이 높아진 최근 논란의 중심에 다시 서게 됐다. 지난해 10월 미국 스타앵커 메긴 켈리도 방송에서 핼러윈데이에 블랙페이스 분장을 한 것에 대해 옹호했다가 비난에 휩싸였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