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한다. 요즘 현대캐피탈은 그 말을 실감하고 있다. 1월13일 KB손해보험과의 4라운드 의정부 원정에서 미들블로커 신영석이 서브를 넣다가 왼쪽 종아리에 이상이 생긴 뒤부터다. 그보다 한 경기 앞서 김재휘가 10일 대한항공과의 경기도중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현대캐피탈은 팀의 전통적인 장점이던 중앙에서의 위력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이후 고난의 행군이었다. 5라운드에서 패(우리카드)~승(삼성화재)~승(대한항공)~패(한국전력)의 행보다. 남은 상대가 요즘 한창 기세좋은 KB손해보험(11일 홈)과 봄 배구를 위해 총력전에 나서는 OK저축은행(14일 원정)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쉽게 승리를 장담하기도 어렵다. 김성우 사무국장은 “코트에서 서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팀에 부담이 되는 선수가 있다. 신영석이 우리 팀에서는 그런 존재다. 공교롭게도 신영석이 빠지고 나서야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실감했다”고 털어놓았다.
●떠나고 보니 더욱 드러났던 빈자리
●왜 신영석은 최고의 미들블로커였나
OK저축은행도 몇 년째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세계정상의 미들블로커 시몬이 있을 때 OK저축은행의 속공과 중앙을 이용한 공격비중은 다른 팀보다 높았다. 세터 이민규는 리시브가 흔들려도 어떻게든 중앙으로만 공을 띄워놓으면 시몬이 해결해준 덕을 봤다. 효과를 본 선수는 또 있었다.
바로 송명근이었다. 상대 블로커들이 먼저 중앙의 시몬을 마크하는 덕분에 사이드에서 빠른 스윙을 이용한 여유 있는 공격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송명근의 공격성공률이 2014~2015시즌(54.06%) 2015~2016시즌(55.16%) 정점을 찍은 뒤 3~4% 이상 떨어진 것은 부상으로 점프가 예전 같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시몬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
현재 대한민국 미들블로커 가운데 최고인 신영석의 공백 기간동안 현대캐피탈은 5라운드 3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태웅 감독은 33살이라는 신영석의 나이와 몸 상태를 감안해 최대한 출전시기를 늦추려고 한다.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어 부상재발을 방지하고 봄 배구에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출전하지 않아서 더욱 존재가치를 높인 신영석은 언제 다시 코트로 등장할까. 궁금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