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기억/김재욱 지음/356쪽·1만2000원·섬앤섬
저자는 후자다. 칙칙한 군 생활담을 감칠맛 나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저자는 장교도, 하사관도 아니다. 뜻밖에 ‘육방’(6개월 방위)이다. 신의 아들(면제) 다음으로 운이 좋다는 ‘장군의 아들’인 셈이다.
반 년짜리 체험을 6년간의 경험처럼 소상히도 풀어낸 글재주가 돋보인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키득댈 만하다. 장면 장면의 디테일이 살아 꿈틀댄다. 안 다녀온 사람이라도 혹할 만하다.
광고 로드중
얼차려, 고난의 행군, 연애편지 쓰기, 소개팅 주선…. 군인들의 필수 코스를 거치면서 직접 겪은 배꼽 잡는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책은 후일담과 유머 모음집에 그치지 않는다. ‘까라면 까라’는 군대 문화가 가진 경직성과 비합리를 지적한다. 모든 것은 어수룩한 ‘육방’의 관점에서 서술했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옥희의 1인칭 시점처럼. 순박한 시선 뒤에서 사회 비판이 언뜻언뜻 고개를 내민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