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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에 연탄 때는 집 늘어… 가격 3년째 20%씩 올라 서민 눈물

입력 | 2019-02-02 03:00:00

[위클리 리포트]한겨울 활활 타오른 연탄값 논쟁




“대통님 연탄니 비사서 우리가 춥씁니다. 산동내애는 너무 춥고…(대통령님, 연탄이 비싸서 우리가 춥습니다. 산동네라서 유독 더 춥고요).”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 사는 김기분 씨(73)는 지난해 12월 청와대에 맞춤법은 틀려도 연탄 한 장 사기 힘든 생활고가 절절히 묻어나는 공개 편지를 보냈다. 백사마을은 서울에서 연탄을 많이 쓰는 대표적인 서민 동네다. 김 씨를 포함한 주민 16명은 지난달 23일과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탄 가격 동결을 호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한 달 동안 청와대 앞 광장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무언가를 요구하면서 구호를 외쳐보는 것이 생전 처음”이라고 했다. 생전 시위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들이 한겨울 청와대 앞까지 온 것은 최근 3년 동안 매년 20%씩 오른 연탄값 때문이다. 지금 서민층에 연탄은 쉽게 사기 힘든 금 같아서 ‘금탄(金炭)’이라고 불린다.



○ 환경 위해 연탄값 올리니 서민이 눈물

지난해 11월 23일 밤 12시 5분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장도가 기준 연탄 최고 판매가격을 19.6%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사재기가 우려된다며 가격 인상 사실 자체를 미리 보도하지 말라는 요청까지 언론사 기자단에 전달했다. 연탄 후원과 배달 봉사를 해 온 허기복 연탄은행협의회 대표는 당시 가격 조정을 ‘기습 인상’이라고 비판했다. 허 대표는 “연탄을 쓰는 가구에 미리 인상 사실을 알리지 않고 갑자기 값을 올려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2015년 1월 담뱃값을 올릴 때도 3개월 전에 고지했는데 서민들은 적응 기간도 없이 생필품 가격이 대폭 오르는 상황을 맞았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정부는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제출한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계획 후속조치에 따라 2020년까지 연탄 보조금을 폐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환경을 위해 화석연료 감축을 각국과 약속한 만큼 순차적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저소득 연탄사용가구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추가 부담이 없도록 보완책을 다각도로 마련하고 희망 가구에 보일러 교체 비용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연탄쿠폰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이 매년 연탄을 무료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증표로 40만6000원이 지원된다.

문제는 연탄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가구가 정부 추산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다. 1, 2년에 한 번씩 자체 조사를 해 온 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연탄사용가구는 14만5000여 가구에 이른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1년 전보다 오히려 1만 가구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월평균 소득이 30만 원이 안 되는 절대빈곤층이 10만 가구라고 연탄은행 측은 주장한다. 정부가 연탄쿠폰을 지원하는 가구가 6만4000가구인 만큼 4만 가구가량은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연락도 안 되는 부양가족이 있어 지원이 안 되거나, 집집마다 조사할 인력이 부족해 정부 집계에서 빠진 사람들이다.

기름보일러 교체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도 이들에게는 유명무실한 처방이다. 난방용 기름값이 연탄값의 2, 3배 수준이나 된다. 강원 원주시에 사는 권오빈 씨는 청와대에 보낸 편지에서 “연탄을 때고 싶어 때나요. 한밤중에 자다가도 일어나 연탄을 가는 등 힘들게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연탄 가격 인상은 안 됩니다”라고 호소했다.

연탄쿠폰으로 비싼 연탄값을 모두 충당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소득층이 정부가 지정한 공장이나 연탄 거래처에 쿠폰을 주면 쿠폰 액수만큼의 연탄을 가구에 주도록 돼 있다. 문제는 일부 배달업자들이 배달료를 쿠폰에서 공제해 실제 배달되는 연탄 수가 겨울을 나기에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달동네 같은 고지대에서는 연탄값으로 받은 쿠폰 일부를 배달료로 돌려 연탄 몇십 장을 빼고 주는 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 겨울 연탄값 14만 원… “4만 가구 쿠폰 지원도 못 받아”


연탄 공장도 가격은 최근 3년 동안 매년 19.6%씩 올랐다. 연탄이 공장에서 나올 때 매기는 가격 기준으로는 장당 639원이지만 각종 비용을 합한 소비자가격은 장당 800원 수준이다. 연탄을 주로 사용하는 고지대 달동네, 옥탑방, 농어촌 산간벽지 등은 배달료를 많이 내야 해 실제 가격은 장당 950∼1100원까지 올라간다.

가정용으로 쓰는 구멍 25개짜리 연탄으로 방 한 칸을 따뜻하게 하려면 하루 최소 3, 4장이 필요하다. 한 달이면 150장, 연탄을 많이 쓰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7개월 동안 최소 1050장이 필요하다. 이를 소비자가격 800원으로만 계산해도 1개월에 12만 원꼴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만 원 이상 오른 셈이다. 겨울을 나려면 연탄 구매비로 배달료까지 포함해 한 달에 14만 원 이상이 든다.

정부는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1989년 연탄 가격을 생산원가 이하로 정하는 대신에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손해를 보전했다. 연탄 가격이 오랫동안 동결돼 수요는 그대로인 반면 생산비용이 높아지면서 국내 생산 석탄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만큼 줄었다. 정부가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에 따라 탄광 수를 꾸준히 줄인 것도 생산량 감소의 원인이다. 결국 정부는 2003년부터 연탄의 공장도 가격을 10% 올리기로 했다.

이후 몇 년간 유지되던 연탄 가격은 2007∼2009년 매년 인상됐다. 정부가 연탄 소비를 크게 축소하기로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 의도와 달리 고유가와 경제난 등으로 연탄 소비 가구는 오히려 늘었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2004년 18만2100가구였던 연탄 소비 가구는 2006년 27만100가구로 급증했다. 반발이 심해지자 정부는 연탄사용 저소득 가구에 쿠폰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연탄 가격은 안정되는 듯했지만 2016년 다시 올랐다. 화석연료 감축계획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보조금을 더 줄인 탓이다. 정부 당국자는 “생산자 보조금을 축소하는 대신에 저소득층 가구 직접 지원은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한석탄공사의 막대한 적자를 메우려고 연탄값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2013년 석탄공사는 1조4000억 원의 부채를 줄이려고 무연탄 가격을 연평균 5% 인상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 기부 줄면서 더 힘들어진 ‘연탄 보릿고개’

연탄 가격은 앞으로도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0년까지 생산원가 수준으로 판매 가격을 올려야 하는 만큼 연탄 생산자에게 주는 보조금을 폐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연탄 가격은 생산원가의 91% 수준이다. 정부는 연탄쿠폰 지원단가를 인상해 서민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요건이 맞지 않아 지원을 못 받는 계층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저소득 연탄사용가구에는 해마다 2∼4월이 ‘연탄 보릿고개’로 통한다. 2월부터는 연탄 난방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연말까지 집중되던 후원이 1월부터 급감하기 때문이다. 설을 앞둔 지난달 31일 연탄은행 관계자들은 ‘연탄 가격 동결해달라’는 20만4207명의 요구를 담은 청원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