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드릭 아베르캄프, ‘얼어붙은 운하의 겨울 풍경’ 부분, 1620(Hendrick Avercamp, Winter Scene on a Frozen Canal, 1620)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헨드릭 아베르캄프가 그린 이 그림에도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는 23세에 강변 도시 캄펜으로 이주한 후 평생 그곳 풍경을 그리며 살았다. 선천적으로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그는 ‘캄펜의 벙어리’라 놀림 받았지만 뛰어난 그림 실력으로 네덜란드 북부 최초의 전문 풍경 화가가 됐다.
특히 겨울 풍경화에 탁월했다. 이 그림에는 손잡고 스케이트를 타는 멋쟁이 상류층 커플, 그들을 뒤따라오는 젊은 서민 커플, 무릎을 꿇고 부인에게 스케이트를 신겨주는 자상한 남편, 꽈당 넘어져 신고 있던 스케이트와 중절모까지 벗겨진 남성 등이 생동감 넘치게 묘사돼 있다. 아이와 함께 눈썰매를 타거나, 얼음낚시를 하거나, 아이스하키의 일종인 콜프(Kolf)를 치는 사람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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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에서처럼 이미 400년 전에도 스케이팅은 네덜란드인들의 보편적인 겨울 놀이이자 문화였고, 오늘날에도 축구와 함께 국민 스포츠로 사랑받고 있다. 전 국민이 즐기는 문화는 발달할 수밖에 없다. 인구 1700만 명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가 빙상강국인 이유다.
이은화(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