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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 공판, 방어권 침해” 임종헌 변호인 전원 사임

입력 | 2019-01-30 03:00:00

“기록 10만쪽… 검토할 시간 부족” 변호인 없인 30일 첫재판 못열어
국선 선임돼도 당분간 파행 불가피… 일각 “구속 만료뒤 석방 노린 카드”
檢, 양승태 내달 12일께 기소할 듯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사법연수원 16기·수감 중·사진)의 첫 재판을 하루 앞둔 29일 변호사들이 전원 사임했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단 11명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에 사임계를 제출했다. 임 전 차장 변론을 맡아왔던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록이 A4용지 10만 쪽이 넘는데, 재판부에서 공판을 월화수목 주 4일로 잡았다. 새로운 반박 증거를 탐구할 시간이 없어 피고인의 방어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해할 수 없는 재판 진행으로 임 전 차장도 변호인단 사임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 변호인단은 23일 마지막 공판준비기일에서 기록을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재판부에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 전 차장은 30일 오후 2시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지만 변호인이 없어 재판 진행이 불가능하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임 전 차장처럼 피고인이 구속된 때는 반드시 변호사가 출석해야 재판이 열린다. 변호사가 출석하지 않으면 법원은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지정해야 한다.

따라서 임 전 차장 재판은 당분간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국선변호인을 지정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데다 국선변호인이 선임되더라도 변호사가 임 전 차장을 면회하고, 기록을 검토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67·수감 중)의 변호인단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7년 10월 전원 사퇴했다. 당시 재판부가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뒤 재판이 재개되는 데 42일이 걸렸다.

법원 관계자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재판부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재판 때 사선 변호사 선임 계획이 없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국선 변호사를 선임할지 재판부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 전원 사퇴로 임 전 차장의 1심 구속 기한 만기인 올 5월 14일까지 1심 선고가 나올지 불투명해졌다. 선고가 구속 기한 만기까지 나오지 않으면 임 전 차장은 일단 석방된 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법조계에선 임 전 차장이 재판 지연을 노리고 변호인단 사임이라는 카드를 재판 하루 전에 꺼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판사는 “사법부에서 고위직에 있었던 분이 사법 절차를 농락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수감 중)을 다음 달 12일경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김예지 기자 ye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