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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 아파트값, 6년 만에 최대 하락

입력 | 2019-01-15 03:00:00

집값 본격 침체기 신호탄 주목




전국 50개 ‘랜드마크’ 아파트의 가격 등락을 종합한 ‘국민은행(KB) 선도아파트 50지수’가 지난해 12월 6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동안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본격적인 가격 조정에 들어선 것인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대장주’ 아파트 2012년 이후 최대 폭 하락

14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이 기관에서 매달 집계하는 KB 선도아파트 50지수가 지난달 전월 대비 0.71% 떨어졌다. 월별로는 7월(―0.15%) 이후 5개월 만의 하락이다. 하락 폭은 2012년 9월에 1.24% 떨어진 이후 6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국의 주요 아파트 가운데 시가총액이 큰 50곳을 골라 가격 등락을 지수화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개별 아파트 시가가 높을 뿐 아니라 가구 수가 많은 대단지 위주로 선정된다. KB부동산 측은 “전체 아파트 가격 등락이 주식시장에서 모든 종목을 지수화한 ‘코스피’에 가깝다면 선도아파트 50지수는 대표 주식만 뽑아 놓은 ‘코스피200’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선도아파트 50지수에는 국내 주요 아파트가 대부분 포함된다. 2018년 기준 서울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압구정동 신현대,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등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 위주로 45개 단지가 포함됐다. 서울 외에 부산 경기 각각 2곳, 대구 1곳이 선도아파트로 꼽혔다.

이들 랜드마크 아파트의 가격 하락세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9월 초 20억5000만 원까지 치솟았던 대치동 은마(전용면적 84m²)는 지난해 12월 17억 원에 거래된 물건이 나왔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역시 9월 18억 원을 웃돌던 전용 84m² 매매가가 12월엔 16억 원대로 떨어졌다. 인근 J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새해 들어 거래가 더욱 줄면서 15억 원대 초반의 매물이 나온 상태”라고 전했다.

○ 가격 떨어지는 ‘똘똘한 한 채’

선도아파트 50곳의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은 앞으로 국내 주택시장이 본격 침체에 진입하는 ‘신호탄’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국내 주택시장의 가장 중요한 전략이었던 이른바 ‘똘똘한 한 채’가 이제 효력을 잃었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인상에 대비해 지방이나 서울 외곽의 집을 팔고 서울 중심의 한 채를 남겼다. 이번에 가격이 하락한 선도아파트 가운데 상당수는 이때 ‘몸값’이 오르면서, 집값 급등의 주요 원인이 된 곳이 적지 않다.

실제 지난해 선도아파트 50곳의 평균 매매가격 상승률은 22.36%로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상승률(12.30%)보다 크게 높았다. 지난해 9월에는 50곳 평균 가격이 한 달 만에 5.43% 오르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주요 선도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7월에 정부 규제를 앞두고 반짝 하락한 뒤 다시 올랐던 것과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집값 대세 하락기에도 실거래가 일어나기 때문에 이들 단지를 위주로 집값 하락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